K-좀비 인기…'부산행'부터 블랙핑크 '뛰어'까지"한국인, 좀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호평"한국, 좀비를 제거 대상 아닌 감정의 도구로 활용"서양 좀비·中강시와 달라…"현대인 불안 투영…공감형 공포"
최혜정
입력 : 2025.08.02 05:50:00
[샷!] "완전 미쳤어.
너무 좋아"
블랙핑크의 '뛰어'(JUMP) 뮤직비디오 화면 [유튜브 'BLACKPINK'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사람들이 음악에 열광해 좀비처럼 춤을 춘다.
무언가에 홀린 듯 벽과 바닥에 머리를 박고 흔든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K팝 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뛰어'(JUMP) 뮤직비디오 내용이다.
공개 1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뮤비에는 "머리를 흔들고 있는 저들은 완전 미쳤어.
너무 좋아"(Those people literally banging their heads are so insane.
I love it)(이용자 'bli***'), "역대 모든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들과 다른 스타일이야.
정말 좋다"(different type of mv of all Blackpink previous mvs!! Loved it)('yrs***'), "뭔가 독특한 느낌이 든다"(its something that felt unique)('Mis***') 등 인상 깊다는 영어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K-좀비가 창궐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웹툰, 스크린을 넘나들며 한국형 좀비 콘텐츠가 세계로 나가고 있다.
드라마 '킹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부산행'·'킹덤'·'지우학' 등 잇달아 '대박' 이러한 K-좀비 붐은 2016년 개봉해 1천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부산행'에서 시작됐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1일 "이전에도 좀비 콘텐츠가 등장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좀비물이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영화 '부산행' 이후"라고 분석했다.
'부산행'이 세계 150여개국에 수출돼 흥행하면서 '한국' 하면 '서울'만 생각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KTX를 타고 '부산'으로 여행가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달 친구들과 한국을 찾은 홍콩인 매튜(20) 씨는 "'부산행'을 재미있게 봤다"며 "KTX 타고 부산으로 꼭 여행가고 싶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해봤다"며 웃었다.
이후 OTT 넷플릭스를 통해 조선 궁궐에 좀비가 튀어나오는 드라마 '킹덤', 고등학교에서 좀비와 싸우는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두면서 K-좀비의 기세가 올랐다.
'킹덤' 해외 공식 예고편에는 "지금껏 본 시리즈 중 단연 최고다"(I must say this is the best series I have ever watched)(유튜브 이용자 'Shi***'), "한국인들은 좀비 장르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Koreans literally took the Zombie genre to another level)('abc**') 등의 영어 댓글이 달렸다.
'지금 우리 학교는' 또한 "한국인들은 훌륭한 좀비 작품을 만드는 법을 알고 있다"(The Korean's really know how to make a great zombie show)(유튜브 이용자 'te2***'), "단연코 지구상에서 최고의 좀비 드라마다"(Defo the best zombie show on earth)('Xav***') 등 외국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 시즌 1~3에 이어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누적 시청 수 순위 4위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시즌2도 지난달 촬영에 들어갔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한국은 좀비를 이해와 공감·감정의 도구로 활용" 최초로 좀비를 형상화한 작품은 빅터 핼퍼린 감독의 영화 '화이트 좀비'(1932)다.
이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은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고, 뇌를 완전히 파괴해야만 동작을 멈춘다는 현대 좀비의 원칙을 확립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2002),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2004), 하우메 발라게로의 'R.E.C'(2007) 등 서양 좀비 영화는 꾸준히 이어졌다.
보일 감독은 이후 '28주 후'(2007)와 '28년 후'(2025)로 좀비 이야기를 이어갔다.
동양에는 강시가 있었다.
1980년대 강시 영화는 홍콩과 대만을 중심으로 황금기를 이뤘다.
영화 '모산강시권'(1979)을 시작으로 '귀타귀'(1980), '강시선생'(1985) 등이 잇달아 나왔다.
그중 '귀타귀'에서 시체가 팔을 쭉 편 채 깡충깡충 뛰는 전형적인 '강시'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 '부산행' 해외 포스터 [뉴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K-좀비는 이러한 서양 좀비나 강시와 차별화된 감정선이 특징이다.
박지종 문화평론가는 "외국 좀비물은 좀비를 사냥하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는 반면, 한국 좀비물은 좀비를 이해와 공감, 감정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는 좀비를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바라본다"며 "함께 극복하고,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든다는 점이 세계인에게도 공감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강시나 서양 퇴마물은 제거가 목적이지만, 한국 좀비물은 공포의 근원이 '나와 주변이 좀비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단절된 관계나 예기치 않은 변화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이 좀비물에 투영된 결과로, 이러한 공감형 공포는 고전적인 강시와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조정석 주연 영화 '좀비딸'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 지난 2월 쿠팡플레이에서 공개한 드라마 '뉴토피아'와 2021년 tvN 드라마 '해피니스' 등은 감염병에서 비롯된 좀비를 소재로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부산행'은 좀비를 권력의 희생자이자 인간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존재로 그렸고, '좀비딸'은 감염된 딸을 배제하지 않고 감싸려는 정서를 보여준다"며 "이 같은 접근은 한국형 정서에서만 가능한 해석"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K-좀비는 앞으로도 정서적 서사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독자적인 장르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