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온 독자생존에 사활…"리밸런싱은 필수 과제"(종합)

기업가치 제고·중복상장 우려 해소…SK온 IPO 계획 철회
한지은

입력 : 2025.07.30 18:22:11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결정한 것은 SK온의 재무 부담을 덜고 SK엔무브의 기술력을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SK의 '아픈 손가락'이 된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그룹 전체의 부담을 더는 동시에 리밸런싱(사업 재편) 성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SK서린사옥
[SK㈜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 합병하고,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2025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 참석해 "두 회사는 전기화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자회사로, 양사가 보유한 사업 역량 시너지를 창출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의 직접적인 배경은 SK온의 재무 건전성 악화다.

SK온은 지난해에만 1조1천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51%로, LG에너지솔루션(99.23%)과 삼성SDI(89.02%)를 훨씬 웃돈다.

업계 후발 주자인 SK온은 해외 배터리 공장 설비투자(캐펙스·CAPEX)와 원재료 구매 비용으로 막대한 자금을 집행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공장이 풀가동되는 등 실적 개선 조짐이 있지만, 추가 설비투자와 합작법인(JV) 공장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등으로 재무적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SK온의 흑자 전환이 늦어지면서 그룹 전체에도 부담이 가중됐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인 2020년 23조396억원에서 2024년 말 70조8천81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무디스가 지난 3월 "배터리 부문의 지속적인 부진과 높은 부채 부담"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신용 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인 'Baa3'에서 투자부적격등급인 'Ba1'으로 하향 조정했을 정도다.

반면 SK엔무브는 2021년 이후 3년 연속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 내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SK엔무브와의 합병을 통해 실질적인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합병에 따라 SK온은 올해 자본 1조7천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8천억원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SK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기술 시너지도 전망된다.

SK엔무브는 현재 글로벌 OEM에 전기차 윤활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차량용 냉매와 냉난방공조(HVAC) 등 전기차 특화 열관리 설루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액침냉각 기술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와 ESS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SK온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SK온은 셀투팩(CTP) 기술에 액침냉각 기술을 결합해 기존 대비 높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배터리 시스템 전체의 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패키지 설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수요가 급증한 ESS 사업에도 적용해 신규 시장을 공략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 2천억원 이상의 EBITDA 추가 창출로 사업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SK온은 이 같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2030년 EBITDA를 10조원 이상 창출하고, 부채 비율은 100% 미만으로 낮춘다는 전략 목표를 잡았다.

이번 합병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 등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계획대로 SK온과 SK엔무브를 각각 증시에 올리면 중복 상장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예정됐던 SK온의 IPO 계획을 철회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합병법인의 IPO도 일단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장 사장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리밸런싱을 추진할 계획이고, 현재도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외에도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의 제3자 유상증자 2조원과 영구채 발행 7천억원, SK온의 제3자 유상증자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유상증자 3천억원 등 5조원의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여기에 올 연말까지 3조원의 추가 자본 확충을 통해 올해 총 8조원의 자본을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2조원 유상증자 관련 4천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다수의 금융 기관이 참여한 1조6천억원의 제3자 유상증자에 대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말 기준 SK㈜ 연결 자산(약 215조원)의 51%(약 111조원)와 연결 매출액(약 125조원)의 60%(약 75조원)을 차지할 만큼 SK㈜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 지분 5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 관계자는 "이번 자본 확충은 단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지주사 기업가치의 하락을 방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수익 턴어라운드에 따른 지주사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writer@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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