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슈퍼스타 기업 씨 말랐다, 이대론 성장 회복 불가능”…KDI의 경고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7.23 21:31:18
업력 8~19년차 기업이 핵심
단순 창업지원서 성장으로
산업정책추 옮겨가야할 때

0%대 성장률 굳어진 韓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빼면
2009년이후 최악의 전망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를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 아래로 낮춰 잡으며 0% 성장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수출 주도형 개방경제인 한국에 통상 불확실성 확대가 직격탄이 된 것이다.

문제는 국내 경제의 핵심 축인 고성장기업들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관세 조치 등 외부 변수가 아닌 내부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기업활동 지원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한 수출 둔화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ADB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미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이 1%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올해 초엔 우리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조만간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0%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인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마저도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한국 경제는 비교적 선방한 셈이다. 예측대로 한국이 0%대 성장에 그친다면 1998년(-4.9%) 이후 27년 만에 충격적인 경제성적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의 체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일시적 침체가 아닌 구조적 저성장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성장 부진의 결정적 이유로는 산업 역동성 약화가 꼽힌다. 김민호 KD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업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려 ‘슈퍼스타’ 역할을 했던 고성장기업 비중이 감소한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는 기업이 2009년 전체 기업의 11.9%에서 2020년 4.6%까지 하락했고 2022년에도 8.1%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 성장의 ‘황금 구간’으로 불리는 업력 8~19년 차 기업에서 고성장기업 비중이 2009년 약 14~15%에서 2022년 10% 이하로 떨어진 점을 뼈아프게 봤다.

신생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 산업 전반을 견인하던 구조가 무너졌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8~19년 구간에서 고성장기업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현상은 기업이 성장하기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자원이나 제도적 환경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실제 창업 기업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5년 생존율은 33.8%로 OECD 평균(45.4%)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창업→성장→정착’의 사다리가 붕괴된 셈이다.

고성장기업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여타 기업보다 총요소생산성이 평균 28% 높아 일반 기업과 차별화된다. 또 매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 산업 전체 생산성 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수의 고성장기업 활동이 총생산성 성장률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러한 성장 중심축이 흔들리며 경제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2001~2005년 2.1%였던 한국 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이 2024~2026년엔 0.7%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산업정책의 무게추를 ‘창업’에서 ‘성장’으로 옮겨 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단순한 창업 지원에서 나아가 확장 단계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겪는 인재 부족, 해외 진출 애로, 네트워크 미비 등 장벽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창업 관련 정부 예산은 3조3000억원이지만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대표적 지원 프로그램인 ‘스케일업 팁스’ 예산은 1468억원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스케일업 금융’ 사업 예산은 작년 1000억원에서 올해 6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은 기존의 창업 초기 중심의 지원을 넘어 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스케일업 생태계 개선은 기업 수준을 넘어 산업과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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