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분리과세 축소한다고?…간신히 불붙인 오천피 기대감에 찬물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입력 : 2025.07.23 19:04:17 I 수정 : 2025.07.23 19:11:49
입력 : 2025.07.23 19:04:17 I 수정 : 2025.07.23 19:11:49
부자감세 논란 재점화
배당소득분리과세 축소 검토
세율 찔끔 조정·대상만 늘 듯
배당소득분리과세 축소 검토
세율 찔끔 조정·대상만 늘 듯


여당 내부에서도 배당소득 2000만원 이상을 받는 자산가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이른바 부자 감세에 대한 거부감이 컸고, 재정당국은 세수 감소를 우려해왔다. 이에 따라 세율을 크게 낮추지 않는 대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주주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주주에게 배당을 늘릴 유인을 줘야 소액주주나 외국인도 혜택을 본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최고 47.5%의 세율로 배당에 대해 과세한다면 대주주는 배당을 받기보다 계속 ‘셀프 보수 인상’이나 비상장 계열사 지원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2015년에 추진된 배당소득증대세제가 배당 총액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배당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세금 인센티브는 배당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반박도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만이 한국보다 배당을 더 주고 증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이유는 1998년 배당소득 이중과세를 완화하고 이익 유보에 대한 과세 부과 조항을 병행해 기업의 배당 유인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자 감세로 세수가 다소 감소할 수는 있지만 배당 총액 자체가 늘어나면 과세 기반 확대로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가운데 증권거래세율 인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23일 민주당 일각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증권거래세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두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면 결과적으로 소액주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대주주나 거액 자산가의 주머니로 넣어주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증권거래세 인상이 함께 추진될 경우 거래가 잦은 소액주주의 거래세 부담이 높아지는 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세금 부담이 낮아진 대주주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논리다. 분리과세를 하더라도 기업이 감세 효과만 누리고 배당을 확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증권거래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투세를 도입한다는 전제하에 증권거래세를 인하했는데 금투세 도입이 무산됐으니 다시 증권거래세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세수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거래세는 수익 여부와 무관하게 주식 매도 시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최근 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만으로도 주가가 올라간다는 게 실증 분석을 통해 입증됐다”면서 “현재도 자사주는 의결권 등 상당한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태다. 자사주의 마법을 막으려면 자사주를 싼 값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하는 등의 행태를 규제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의원들이 각자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는 시기”라며 “국회에서 세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