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설립한 펀드가 美 제조업 부활 나서는데···韓 사모펀드는 제조업 투자 ‘미흡’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7.23 16:17:24
美 사모펀드 KKR·아폴로 등
美반도체·제조업 기업 대거 투자
미국 생산능력 올리며 국익 기여

韓 투자업계, 플랫폼·대기업 비즈니스
제조업 부활 관련 흐름 만들지 못해
리쇼어링 펀드·보조금 혜택 등 필요


[본 기사는 07월 23일(16:01)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

’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프로세서, CPU 중앙 처리 장치 또는 GPU 마이크로칩의 메인보드에 있는 미국 국기.
글로벌 패권국가인 미국이 최근 몇 년 새 제조업 부활을 강조하며 전세계 정부가 ‘자국산업 보호’를 내걸고 있는 가운데, 미국 사모펀드가 정부 정책에 부흥해 적극적으로 미국 반도체 및 제조업 설비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 사모펀드가 앞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제조업 부흥정책과 한국 사모펀든 간의 연계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의회는 국내 반도체 제조, 연구 및 설계를 강화하기 위해 2022년 CHIPS 법을 통과시켰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가 공동창업자로 나선 나이오브라라 캐피털(Niobrara Capital)는 다른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약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이전 대주주였던 일본 산켄전기(Sanken Electric)로부터 미국 미네소자 소재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폴라반도체(Polar Semiconductor) 경영권 지분 59%를 인수했다.

폴라반도체는 중저가·아날로그 공장에 특화된 반도체칩을 만드는 파운드리 업체다.

일본업체에서 미국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면서 폴라반도체는 미국 내 생산 기반 확충에 나섰다.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폴라반도체는 연방정부로부터 1억2000만 달러 보조금을 받는 등 도합 5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추가로 받으며, 현재 공장 증설에 나선 상황이다.

SiC(실리콘카바이드) 기반의 반도체 소재 및 전력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울프스피드(WolfSpeed)도 대표적인 사모펀드의 제조업 투자 사례다.

폼페이오
미국 유명 사모펀드인 아폴로(Apollo)가 컨소시엄을 꾸려 울프스피드에 최대 20억 달러의 사모대출(담보 기반)을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연방정부는 울프스피드에 7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울프스피드는 이 자금을 기반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뉴욕 부지에 SiC 웨이퍼 및 칩 생산시설을 신설하고, 전력·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제조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미국 내 제조설비 강화를 통해 사모펀드가 성공적인 투자를 한 사례도 나왔다.

KKK은 지난 2015년 미국 일리노이주 기반 주거용·상업용 차고 문 제조업체인 ‘CHI Overhead Doors(이하 CHI)’ 를 약 7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미국 일리노이·인디애나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직원 800명 전원에게 지분 공유 혜택을 제공했다.

이후 CHI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KKR은 지난 2022년 철강업체 누코어(Nucor)에 30억 달러에 CHI를 매각했다. 인수 당시 직원들에게도 평균 17만 달러, 최대 80만 달러의 현금 보상이 돌아갔다.

KKR은 올해 초 전망을 통해 “사이버보안,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는 행위), 공급망 변화서 큰 기회들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사모펀드는 사이버 보안 및 산업 자동화 투자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미국선 이같이 사모펀드와 정부 보조금, 세제혜택 등이 연계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전력 칩 제조업체 울프스피드의 실리콘 카바이드 200mm 웨이퍼가 2022년 4월 미국 뉴욕 마시에 있는 울프스피드의 모호크 밸리 팹에 전시되어 있다. <울프스피드 제공>
반면 국내선 이렇다 할 ‘제조업 부활’ 전략이 부실한 상황이다.

한국 투자업계는 밴처캐피탈(VC)의 경우엔 AI반도체를 제외하곤 주로 플랫폼·바이오 기업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모펀드(PEF) 역시 대기업과의 관계를 통해 대기업 사업부 인수(카브아웃 딜), 대기업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크레딧 투자(중금리 수익 보장) 등이 주를 이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위해 파격적인 정부 혜택을 주면서 미국 내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지 않고 있디”라며 “또한 한국 투자업계도 테마주 형식의 투자를 할 뿐, 큰 제조업을 인수한 이후 기업가치를 제고시킬 역량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쇼어링 정책’과 펀드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최근 1년새 각각 중국 광저우 LCD법인과 중국 우시 소재 편광필름사업부를 각각 2조원, 1조원에 중국업체에 매각했다. 두 기업 모두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공장을 현지업체에 매각한 것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점점 중국과의 경쟁력서 밀리고 있는 ‘비핵심 해외공장’을 매각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모펀드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받으며 공장을 대신 인수해주면, 매각 측은 자금을 확보해 신사업 확장·한국으로의 공장 이전 등에 나설 수 있다. 사모펀드 역시 현지업체와 조율하며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생길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리쇼어링 펀드를 만들면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정책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제 국내 투자업계도 제조업 부활과 연계된 특화 사모펀드가 나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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