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에선 산업재해 40% 늘어날 수도”...‘1도의 가격’ 저자의 경고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5.07.15 06:25:24
입력 : 2025.07.15 06:25:24
유엔에 기후 자문하는 ‘1도의 가격’
저자 박지성 와튼스쿨 교수
美선 폭염 때 3천명 사망 경고
中선 생산성 9% 하락 연구도
글로벌 공급망 뒤흔드는 수준
비만환자 살 빼면 건강 되찾듯
기업·개인 CO2 감축 노력하고
국가 데이터 활용 재난 대응을
저자 박지성 와튼스쿨 교수
美선 폭염 때 3천명 사망 경고
中선 생산성 9% 하락 연구도
글로벌 공급망 뒤흔드는 수준
비만환자 살 빼면 건강 되찾듯
기업·개인 CO2 감축 노력하고
국가 데이터 활용 재난 대응을

올여름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이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100년 만의 폭염’이 현실화되고 있다. 온열질환자는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늘면서 약 1500명의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가고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지방의 한 공사장에서는 베트남 국적의 20대 근로자가 온열질환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기후 현상이 일상화된 가운데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재난과 별개로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변화가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1도의 가격’을 출간한 박지성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및 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변화만으로도 인류는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박 교수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환경경제학자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영국 옥스퍼드대 로즈 장학생으로 환경 변화와 개발경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엔과 세계은행,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등에 환경문제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 왔으며, 현재 펜실베이니아대에 신설된 ‘기후 적응 및 회복력센터’의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기후변화가 지구의 생존 위협이라는 기준점을 넘어야만 주목하는 태도는 문제다”며 “지금까지의 변화는 ‘느린 연소(slow burn)’로서 다양한 인간 활동의 생산성과 성취도를 떨어뜨렸다. 이는 범위가 더 넓고 불평등하다는 점에서 대형 재난과 또 다르게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고 인간 행동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상은 느린 연소의 대표적 사례다. 박 교수는 1968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사망자들을 분석한 결과 평균 기온이 32.2도(최고기온 기준 약 36~40도)인 날이 하루 늘어나면 연간 사망률이 0.1%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박 교수는 “해당 연구는 아주 더운 날이 하루 더 늘어나면 미국에서만 연간 3000명이 더 사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9·11 테러 당시 사망자 수인 2977명보다 많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위는 범죄율도 높인다”며 “미국 경찰의 형사 범죄 데이터와 1980~2009년 특정 지역의 일일 기온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평균 기온이 32.2도 이상인 날이 일주일간 지속될 경우 월간 강간 범죄율이 5% 이상, 살인은 3%가량 늘었다”고 분석했다.
더위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꼬집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 기온이 29도를 초과하는 날에는 산업재해가 8% 늘었으며, 일부 산업에서는 40%까지 급증했다. 박 교수는 기온이 35도일 때 근로자의 생산성이 9% 감소했다는 중국에서의 연구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생산성 저하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수출 산업 비중이 큰 한국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거시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온이 2도 올라가면 경제생산량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3%(4200억~6300억달러)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는 2021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 10개의 1년 치 수익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그는 “추정치에 차이가 있지만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연간 GDP가 1~12% 감소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우선 기후완화(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노력) 측면에서 지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다양한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스펙트럼의 문제”라며 “되돌릴 수 없는 ‘티핑 포인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더 많은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10㎏ 감량을 목표로 했는데 6㎏만 뺐다고 무의미한 게 아닌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일부의 ‘무임승차’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도 강조했다. 또 기후완화를 위해 개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정부나 국제기구에만 맡기지 말고 시민 각자가 기후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며 “단순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스크롤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얻고 관련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이 큰 기후적응(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 관점에서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한정적인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려면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세우고 가장 효과적인 대책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가 일으킬 수 있는 물리적 위협의 유형(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특정 지역이나 개인이 경험하는 위험 요인의 노출 정도에 따라 취약성을 예측할 것을 권유했다.
박 교수는 “2022년 8월 발생한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생명을 잃었던 것처럼 한 나라에서 발생한 기후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더 치명적”이라면서 “정부와 민간이 서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후적응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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