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서두르자”…상법개정 앞두고 ‘셀프 상폐’ 나선 이유

최아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y@mk.co.kr)

입력 : 2025.07.02 17:09:47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 제정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진 상장폐지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개매수 단가를 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 들어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신성통상, 비올, 텔코웨어, 한솔PNS 등 4곳이다.

사모펀드운용사(PE) VIG파트너스는 미용의료기기 업체 비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자진 상폐를 위해 오는 7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비엔나투자목적회사는 나머지 지분 64.09%를 주당 1만2500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패션 브랜드 ‘탑텐’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도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자진 상폐에 나섰다. 신성통상의 1·2대 주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오는 9일까지 신성통상 지분 16.13%를 주당 4100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최근 한솔PNS와 텔코웨어는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텔코웨어의 경우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응모 물량(96만4876주)이 목표치(233만2438주)를 밑돌았다.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가가 낮다며 참여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분위기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공개매수를 통해 상폐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가 최소 95%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에 공개적으로 매수를 제안하는 방법이 공개매수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의 상법개정안 처리 합의 이후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용민 소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상장사들이 자진 상폐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개정 상법 시행 후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 외부 자본으로부터의 경영권 공격, 소액주주 관여활동 등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규제 강화 전 서둘러 상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개정안은 오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안 처리를 최우선 순위로 삼았고, 국민의힘은 그간 고수하던 반대 입장을 최근 철회하고 전향적 검토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자진 상폐시 공개매수 단가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 상법의 적용을 받기 전에 주주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이유로 자진 상폐를 추진하건, 상폐를 원치 않는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급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자진 상폐시 공개매수 단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규제의 손길이 뻗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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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11:40
신성통상 4,090 0 0%
한솔PNS 1,871 4 -0.21%
텔코웨어 14,370 400 -2.71%
비올 12,370 60 -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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