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철강 관세폭탄에…삼성·LG 가전업계 비상(종합2보)

38억달러 시장 '흔들'…현지 생산·가격 인상 등 대응책 고심
한지은

입력 : 2025.06.13 18:13:54


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 파생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주력 품목 다수가 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된 데다, 실제 적용 시점도 오는 23일로 임박해 북미 시장을 겨냥한 생산·유통 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북미 'KBIS 2025'서 비스포크 가전 라인업 선봬
[삼성전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미 상무부는 이날 연방 관보를 통해 50% 관세 부과 대상인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등을 새로 추가했다.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는 오는 23일부터 적용된다.

관세 사정권에 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는 즉각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 검토에 나섰다.

LG전자는 이날 오전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 주재로 긴급 전략회의를 열었고, 삼성전자도 같은 날 가전 부문 주요 임원이 참석한 비상 회의를 진행했다.

각 기업은 회의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과 대응 시나리오를 면밀히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모두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으나, 현지 생산은 세탁기 등 일부 제품에 국한돼 있다.

이번 관세는 미국산 철강을 써야 예외인데, 현지 생산 가전에서 미국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 주요 제품은 한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당 사업부를 중심으로 영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며 "다각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번 추가 관세 부과가 발표된 항목들의 대미 수출액은 2024년 연간 기준으로 36억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8%를 차지한다.

품목별로 냉장고의 비중이 높고, 이어 건조기와 세탁기 순이다.

다만 한국 가전업체들은 멕시코 공장을 이용해 미국에 수출(2억4천만달러)하는 비중이 높아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금액은 약 38억4천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 기준 합산 점유율은 42%에 이른다.

LG전자가 21.2%로 1위, 삼성전자가 20.8%로 2위다.

가전제품은 철강 비중이 큰 제품군인 만큼, 이번 관세 강화는 제조원가 상승과 함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제조 원가 개선, 판가 인상 등 전체 로드맵은 이미 준비돼 있다"며 판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판가를 인상하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 미국 기업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둘러보는 구광모 회장
[㈜LG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각 기업은 관세 대응을 위한 생산 거점 재편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TV·가전 분야 관세 대응책과 관련해 "프리미엄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한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을 고려해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세탁기, 건조기 물량을 테네시 공장으로 점진적으로 이전함으로써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 수준까지 현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생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스윙 생산 체제'를 통해 지역별 관세에 맞춘 유연한 생산 조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4월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미국 생산 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2018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됐으나, 국내 가전업계는 제품력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오히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해 고관세를 피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에서도 관세 인하를 위한 협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기업과 협력사 대표 및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영향을 살펴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전업계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지속해 운영하면서 가전 기업과 중소·중견협력사들의 영향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writer@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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