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중국인 등에 업더니”…한국인이 한 행동에 감명 받았다는데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입력 : 2025.06.13 14:13:38 I 수정 : 2025.06.13 14:26:51
2025 문화소통포럼 한국어소통경연 수상자들
‘한국의 정’ 발표한 中 추이메이링
K컬쳐 매력은 화려함 아닌 따뜻함
우수상은 프랑스 소리꾼 마포 로르
판소리에 바람직한 삶의 방향 있여


CCF2025 문화소통포럼 한국어 소통 경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중국인 추이메이링씨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한국의 정은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 한 사람에게서 비롯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입니다. 세계인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한류의 미래는 화려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K-스타일’을 주제로 열린 ‘2025 문화소통포럼’ 한국어 소통 경연에서 대상을 받은 중국인 추이메이링씨는 지난 12일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 문화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K 드라마가 눈물을 흘리게 하고 K팝 팬덤이 기부와 돌봄으로 연결되는 이유도 그 안에 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소통포럼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2011년부터 매년 한국 문화를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열고 있다.

추이씨는 한국의 정에 주 목하게 된 계기로 일생상활에서 마주한 시민들의 친절함을 꼽았다. 그는 “지난 4월 시내버스에서 쓰러진 중국인 유학생을 버스 기사가 등에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를 도왔다는 뉴스를 봤다”며 “심지어 병원비까지 내줬다는 내용을 보고 한국의 정을 처음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직접 정을 체험한 경험도 소개했다. 추이씨는 “폭우가 갑자기 내리던 날 편의점에서도 우산을 살 수 없어 멍하니 서 있을 때였다”며 “건너편 상가에서 한 아주머니가 달려와 우산을 건내주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러운 빗속을 뚫고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바로 한국인의 정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추이씨는 한국 예능과 드라마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중국에 있을 때는 친구들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쳐줄 만큼 한국 문화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친척 중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람은 없지만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보고 한국을 알고 싶었다”며 “한국인의 정을 체험할 때마다 특별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CCF2025 문화소통포럼 한국어 소통 경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프랑스인 마포 로르(왼쪽)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한국어 소통 경연 우수상은 프랑스인 소리꾼 마포 로르씨가 받았다. 그는 경연에서 판소리를 주제로 발표하며 홍보가의 한 대목인 ‘화초장 타령’을 선보였다.

로르씨가 판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의 발로였다. 삼성전자 프랑스지사에서 근무하던 2015년 한국문화원에서 우연히 민혜성 명창(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부가 이수자)의 공연을 접한 그는 곧바로 판소리와 사랑에 빠졌다. 판소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고자 2017년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온 그는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입학해 국악을 공부했다. 현재는 같은 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중이다.

로르씨가 꼽은 판소리의 매력은 ‘권선징악’이다. 그는 “착한 마음으로 살면 언젠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결국은 죗값을 치른다는 판소리의 이야기 구조는 삶을 살아가는데 훌륭한 가르침을 준다”며 “여러 마당(이야기) 중에서도 흥부가를 가장 좋아하는 까닭”이라고 밝혔다.

판소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로르씨는 “무엇보다 판소리가 대중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명창들의 판소리 공연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번 어색함을 넘어서 공연장에 온다면 누구라도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CF2025 문화소통포럼 한국어 소통 경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프랑스인 마포 로르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로르씨의 실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2018년 일레제궁에서 개최된 한불 정상회담 국빈 만찬에서도 판소리 공연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던 그는 지난 2월 2025 영동 세계 국악 엑스포 홍보대사로도 위촉된 바 있다.

판소리에 담긴 한국인만의 독특한 ‘한(恨)’의 정서가 어색하지는 않을까. 로르씨는 “한국 사람들의 한의 기원이 식민지 시대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카메룬도 포르투갈과 프랑스, 영국, 독일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았다”며 “그래서 그런지 한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씻김굿을 비롯한 한국의 또 다른 전통 예술에 관심이 간다”며 “판소리를 포함해 한국의 전통이 가진 매력을 계속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지속 가능한 K-스타일 영상 공모전 시상식도 열렸다. 롱폼 영상 부문에서는 재활용과 친환경을 주제로 한 ‘K-스타일, 미래를 짓다’(강예령)가 대상을, 전통 건축을 설명한 ‘한국, 건축으로 보다’(송세은)가 우수상을 받았다. 숏폼 분야에서는 K-스타일의 온라인 공유를 다룬 ‘K-스타일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공유할수록!’(오상우)이 대상을, 한국의 음식부터 뷰티까지 두루 짚은 ‘지속 가능한 K-스타일을 위해’(고원기)가 우수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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