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교육생도 근로자"…25년 만에 교육생 부당해고 인정

지노위 판정 유지…'교육 안내 확인서 효력 부정' 재확인
김은경

입력 : 2025.06.01 18:07:51



부당 해고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데이터라벨러로 근무하기로 하고 서류·면접에서 합격한 후 직무교육을 받던 '교육생'도 적법한 해고 절차를 밟아 해고하지 않는다면 부당 해고라는 지방노동위원회 초심 판정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유지됐다.

중노위가 교육생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은 2000년 노동부가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행정 해석을 내놓은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한 데이터라벨링 서비스업체의 전 교육생 A씨가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한 서울지노위 초심 판정에 대한 업체의 재심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데이터라벨링은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끔 데이터를 가공하는 작업이다.

이번 사건 업체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데이터라벨링 업무를 위탁받은 국내 아웃소싱업체다.

A씨는 지난해 7월 1∼11일 직무 교육을 받은 후 정규직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업무 평가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12일 구두로 해고됐다.

A씨는 이후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그동안 교육생은 고용노동부 행정 해석 등에 따라 '업무 능력이나 적격성 여부 판단을 위한 교육으로, 수료실적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면 사용종속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구체적 근거로는 아웃소싱 업체들이 활용하는 '교육 안내 확인서'가 주로 활용됐다.

여기에는 '교육 기간은 채용 확정을 위한 심사 과정이므로 근로계약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본인은 상기 조항에 대한 내용을 채용담당자에게 설명을 듣고 정확히 인지했으며 자율적 의지로 판단해 서약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초심 판정에서 서울지노위는 "확인서는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에 대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기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으로, 이와 같은 규정만으로 시용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중노위 또한 서울지노위 판시 사항에 덧붙여 "교육생으로 참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건 교육 과정이 근로계약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교육 안내 확인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며 사용자의 우월한 지위 하에 작성된 교육 안내 확인서의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하은성 노무사는 "이번 판정은 2000년 노동부가 교육생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행정 해석을 내놓은 후 25년 만에 처음 교육생에 대한 부당해고를 이끌어낸 사례"라며 "이번 판정이 교육생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bookmani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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