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성사 … 난 운좋은 산은 회장"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용안 기자(lee.yongan@mk.co.kr)

입력 : 2025.06.01 17:16:51 I 수정 : 2025.06.01 20:50:40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반도체·2차전지 지원 노력해
KDB생명 매각 무산은 아쉬워
産銀 더 많은 기업 지원위해
배당 대신 자본 더 늘려가야
새 정부 초기 리더십 강할때
석화·철강 구조조정 나서야




◆ 비즈니스 리더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집무실에서 지난달 27일 인터뷰하며 금융 산업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국산업은행 회장직은 바람 잘 날이 없는 자리다. 기업 체질 개선을 담당하는 국책은행 수장으로 주요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어서다. 각종 투자·대출을 비롯한 대형 정책 자금도 산은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역대 회장들은 정권 실세와 가깝다며 '낙하산 논란'에 휘말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산은에서 굵직한 현안을 마무리 짓고 오래간만에 임기를 완주하는 수장이 나온다. 오는 6일 퇴임하는 강석훈 산은 회장이다. 민유성 전 산은 행장이 임기를 마친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강 회장은 정치·경제·학계를 넘나든 '정책통'이다. 과감한 정책 처방이 그의 무기다. 산은 지휘봉을 잡은 지 석 달 만인 2022년 9월, 22년간 헛돌았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을 성사시켰다. 지난해에는 정부 출자와 연계한 100조원 규모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2차전지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계획을 내놨다.

난제도 많았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놓고 시작부터 노동조합과 갈등이 커졌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자회사 KDB생명 매각은 끝내 미완의 과제가 됐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그를 만나 그동안 소회와 한국 금융 산업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를 완주하는 소회를 듣고 싶다.

▷산은이 갖고 있던 여러 숙제를 해결했다.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 산업을 키워 미래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한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여건이 무르익어 산은이 2000년 당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확보한 후 22년 만에 매각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도 그렇다. 유럽 경쟁 당국이 합병 승인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을 분리 매각하라고 했다. 사실상 합병을 포기하라는 것으로 절대 승인이 안 될 것 같아 보였는데 의기투합해 분리 매각에 나섰다.

―산은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건전성 제고 방안은.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HMM 주가가 1000원 오를 때마다 산은 자기자본비율은 0.09%포인트 떨어진다. 기업 지분 보유액이 늘면 위험가중치가 높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HMM의 주가 변동이 산은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른 시일 내 매각해야 한다. 정부 배당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올해 정부에 758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이 30%대 후반에 달한다. 이를 줄여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 산은의 자본금이 1조원 늘면 10조원의 기업 대출이 가능해진다.

―자회사 KDB생명이 자본잠식 상태다. 매각 계획은.

▷정밀 실사 중이다. 우선 경영·인사상 비용을 전면 개선한 후 오는 9월을 전후해 증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 지원은 안 된다. 매각 시점은 상품, 판매 채널 개편에 나서 영업력을 강화한 후 매력적인 물건으로 만든 후의 일이다. 2~3년은 걸릴 것 같다.

―실물경기 부진에 기업 지원이 현안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올해 1월 4조25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 투자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최근 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을 바탕으로 3조4000억원을 증액했다. 올해 7조6500억원 규모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5년간 최대 50조원으로 첨단 전략산업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다.

―미국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대외환경이 변하고 있다. 침체 우려가 높아진 만큼 정부 재정과 연계한 4조원 규모 저리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 다른 첨단 전략산업 설비투자에 대해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시설 자금 1조원을 지원한다. 미국 관세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운영자금도 3조원을 지원한다.

―산업구조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 가장 시급한 분야는.

▷석유화학·철강 산업이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대 기업이 죽으면 나는 살 수 있다'는 죄수의 딜레마식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초기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 부분을 구조조정해 나가야 한다.

―재임 기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KDB생명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한 게 아쉽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과 관련한 (내부 갈등) 부분도 그렇다. 부산 이전의 타당성을 떠나 이 이슈로 직원들이 마음을 많이 다쳤고 저도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

―현재 한국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산업·금융 정책은.

▷인공지능(AI) 산업을 키워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AI가 사람들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만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을 일하게 할 수 있다. 특히 50대 후반 은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AI를 통해 재교육을 받으면 산업의 역군이 될 수 있다.



강석훈 회장 △1964년 경북 봉화 출생 △1986년 서울대 경제학 학사 △1991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 석박사 △1997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2012년 19대 국회의원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 △2014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2014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 △2016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2022년 6월~ 한국산업은행 회장

[김정환 기자 / 이용안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6.03 07:14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