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닭고기 공급난…외식 가격 오르나

AI 막으려 수입 금지하자 물량 줄어 가격 올라정부, 일부 지역 수입 계획 발표…재개 시점은 '미정'
신선미

입력 : 2025.05.25 07:01:01


대형마트 닭고기 판매대
※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이를 재료로 쓰는 외식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급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브라질 내에서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한 닭고기만 다시 수입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협상 기간을 고려하면 재료 수급 불안과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 일각에서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메뉴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 이후 브라질산 닭고기 가격이 크게 뛰었다.

브라질산 닭고기 거래 가격은 공식 집계는 없으나 외식·유통업계 내에서 ㎏당 4천원대 초반에서 지난 22일 기준 7천원대로 뛰었다.

정부가 고병원성 AI 방역을 위해 지난 17일 브라질산 가금육과 가금생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일주일도 안 돼 가격이 거의 두 배가 된 셈이다.

원료 수급 불안으로 가격이 급등하자 외식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국내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보통 순살로 수입돼 많은 외식 프랜차이즈업체가 이용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8천t(톤)으로 전체 수입량(18만3천600t)의 86%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국내 닭고기 소비량(79만1천t)의 20%에 해당한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가 장기화하면 가격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브랜드에서 공급처 다변화에 실패하면 가격 경쟁력이 악화해,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 역시 "브라질산 닭고기 사태가 길어지면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내 가게
※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업체는 확보해 둔 원육이 있어 한두 달은 버틸 수 있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당장 공급이 끊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구에서 만난 닭강정 푸드트럭 운영자는 "일단 다음 주까지는 (물량이) 괜찮다는데, 그다음 주부터 안 들어올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산이 더 비싸지면 태국산이나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브라질산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터라 원가가 더 비싸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편의점업계도 상황을 주시하면서 원료 수입처 다변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CU는 순살치킨과 닭강정, 치킨버거 등 15종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쓰고 있고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제품 2종에 사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닭고기 가격의 '변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일 광주광역시의 한 전통시장에서 오리 네 마리가 감염되는 사례가 나온 이후 다른 가금농장 등으로 확산할 경우 국내산 닭고기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산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당 5천653원으로, 브라질산 가금류 수입 금지 조치와 최근의 AI 발생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동 때는 월별 닭고기 소비자가격이 석 달 새 10% 올랐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닭고기 수급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23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수급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닭고기를 수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브라질과 '수입 지역화' 논의를 진행 중이었는데, 속도를 더 낸다는 것이다.

이번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히우그란지두술주(州)는 브라질 남부의 상업용 양계시설 밀집 지역이지만, 이곳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물량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최대한 서두르기로 했으나, 상대국과 협상을 해야 하는 문제여서 수입 재개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다.

정부는 닭고기 수입업체가 보유한 재고 물량을 시장에 방출하도록 독려하고, 국내 육계 기업과 국내산 닭고기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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