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딜레마 빠진 자영업…"주문액 30%가 수수료·배달비"
무급 가족알바로 버티는 서울 한 카페…"매장 매출 의지하지만 배달 포기 못해"
민경락
입력 : 2025.05.25 06:05:08
입력 : 2025.05.25 06:05:08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서울의 한 디저트카페의 주문 배달 영수증.1만5천원짜리 상품을 팔면 플랫폼 배달비·수수료 등으로 약 5천원을 내야 한다.2025.5.25 rock@yna.co.kr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1만5천원에 커피·디저트 세트를 팔면 플랫폼 배달비·수수료로만 5천원이 빠져요.
여기에 원재료 값은 오르고 환율까지 비상이죠.
그렇다고 배달 주문을 안 받을 수는 없고…" 회사원 장모(55) 씨는 딸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디저트 카페에서 주말마다 일을 돕는다.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급으로 커피 내리기부터 설거지, 청소까지 가리지 않고 한다.
용감히 창업에 나선 딸을 돕기 위해 자처했지만, 매출이 늘어도 손에 들어오는 게 많지 않은 사정 탓도 컸다.

장씨가 일하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디저트.2025.5.25 rock@yna.co.kr
◇ "배달 플랫폼 믿고 창업했는데…이젠 매장 매출에 의지" 이 카페의 지난 21일 커피·디저트 세트 배달 판매 영수증을 보면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은 1만5천원인데 '입금 예정 금액'은 5천원 적은 1만193원이다.
중개이용료 1천20원, 배달비 중 판매자 몫 2천900원, 부가가치세 등으로 매출의 3분의 1이 빠졌다.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익은 없다는 푸념이 과장이 아닌 듯했다.
이 카페는 올해로 문을 연 지 5년째다.
개업과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지만, 배달앱 플랫폼을 통한 '배달 전문' 전략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제 배달앱은 '힘' 보다는 '짐'이 되고 있다고 장 씨는 25일 토로했다.
점점 불어난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는 어느덧 배달 매출의 30% 이상을 잠식하고 있다.
배달 앱들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주문만 앱을 통해 받고 배달은 비용이 싼 외부 업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최근 사례다.
그러나 외부 배달 업체를 이용한 뒤로 배달앱에서 상품 소개가 구석으로 밀려났다고 장씨는 주장했다.
배달앱이 제공한 배달 서비스를 외면한 대가라는 게 그의 짐작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 배달 전문 컨셉트는 포기하고 매장에 손님을 받기 위해 더 큰 가게로 옮겼습니다.
지금은 오프라인 매출이 없으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연합뉴스TV 제공]
◇ 자영업자에 집중되는 플랫폼 비용…고환율까지 '이중고' 소비자는 배달앱을 통해 커피와 빵을 사 먹지만 정작 배달앱 플랫폼 기업은 커피를 내리지도, 빵을 굽지도 않는다.
배달 라이더들도 별개 사업자인 경우가 많다.
구매 후기 역시 소비자들이 대가 없이 작성한 것들이다.
플랫폼이 판매하는 것은 오로지 '네트워킹'이고 중개 비용은 대부분 소비자보다 자영업자인 판매자의 몫이다.
배달비는 소비자와 함께 부담하지만, 고객 할인 명목으로 판매자 몫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속 가격 경쟁 '혈투'에서 소비자 선택을 쟁취하기 위해 떠안은 자영업자의 '비자발적 선택'이다.
정부도 자영업자의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참여한 상생협의체를 마련해 거래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낮춘 차등 수수료를 도출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배달앱'이란 신종 유통 구조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과 같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배달앱의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작년부터 고환율 기조 속에 본격화한 원재료 가격 인상은 장 씨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고환율 등 영향으로 4.1% 올랐다.
2023년 12월 4.2% 오른 뒤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연합뉴스TV 제공]
◇ 주문 배달은 이미 대세…"배달앱 주문 포기도 어려워" 플랫폼 수수료에 원재료 비용까지 오르면서 주문 배달은 팔수록 손해를 보는 모양새가 됐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배달 주문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작년 12월 기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3사 합계 월간 활성이용자(MAU)는 3천753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도 빠짐없이 배달앱 3사 이용자가 늘었다.
청년 사장은 매일 희망과 좌절을 오간다.
맛있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앞으로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 어떤 날은 다른 빵집에서 알바하는 게 낫겠다는 푸념한다.
공공 배달앱이 현실적인 대안일지는 물음표다.
플랫폼의 네트워킹 경제는 독점일수록 경쟁력에 가속도가 붙고 그만큼 후발주자에 불리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커피숍이 2018년 통계 집계 후 같은 1분기 기준으로 처음 감소했다.
창업보다 휴업·폐업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한식당·중식당·편의점·패스트푸드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역대급 최장기간 계속된 내수 한파는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더 얼어붙었다.
팬데믹 기간 크게 늘어난 자영업 부채는 엔데믹 이후 계속된 고금리 기조와 맞물려 영세업자들을 파산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던 고물가는 작년 말 겨우 안정되기가 무섭게 환율이 뛰면서 이번에는 필수 재료비가 급등하는 모양새다.
음식점과 같은 필수업종의 사업자는 통상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함께 늘어나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 1분기 감소세는 매우 이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없던 일이다.
rock@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롯데손보 여파?…CJ CGV 신종자본증권 6% 금리에도 또 미매각
-
2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 스마트 에너지 관리시스템 도입
-
3
폭염 예고에 에어컨 수요 급증…삼성전자 "일 평균 1만대 판매"(종합)
-
4
에코프로에이치엔, 3세대 촉매 개발…"온실가스 제거율 99%"
-
5
'차량 성능시험 기술자료 유출' 전 현대차 연구원 1심 실형
-
6
부산 해양·수산 AI 국가연구과제 수행 전국 최고
-
7
경남중기청, 창업생태계 활성화 논의…28일 인사이트 포럼
-
8
"DSR 강화 전 사자"…강남 아파트값 강세에 강북도 매수 '꿈틀'
-
9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서 응급사고 발생땐 '닥터헬기' 출동
-
10
제3회 HD현대아너상 후보 모집…"시민 영웅들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