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금 20억 주겠다”…폭증하는 금융 사고에 조치 쏟아내는 은행들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입력 : 2025.05.13 06:36:42
KB, AI 감시시스템 개발나서
신한은행은 포상금 20억으로
하나·우리 전담직원 대폭늘려

올 사고금액 벌써 800억 넘어
금융사고 방지 총력전 나서


시중은행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은행 등 금융권이 ‘내부통제’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시행했지만 금융사고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작년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것만 17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4개월 남짓한 기간에 작년 한 해 발생한 규모의 절반인 858억원에 육박하는 금융사고가 일어났다.

은행권의 금융사고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내부통제 강화로 그동안 미처 발견되지 않았던 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도 한몫했다. 내부 직원들이 수년간 서류 조작 등을 통해 배임·횡령을 저지른 것이 뒤늦게 발견된 사례가 꽤 된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실제 올해 발생한 금융사고 13건 중 8건은 은행의 자체 조사 및 상시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공시됐다.

하나은행은 내부 직원이 허위 서류를 꾸며 거래처에 부당하게 대출 75억원을 내어준 사고를 지난달 공시했는데 이 같은 위법행위는 2021년부터 진행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은행은 올해 벌어진 금융사고 4건 중 내부 직원의 배임 사고만 2건이며 규모로는 68억원으로 전체(약 111억원)의 61.2%에 달한다.

그동안 내부 직원이 일으킨 금융사고가 좀처럼 없었던 신한은행도 올 들어 지난 3월 서울 강남 한 지점에 근무하던 직원이 2021년부터 3년 넘게 없는 거래를 조작해 17억원가량을 빼돌린 사건으로 얼룩졌다.

외부인에 의한 사기 등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은행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 2월 세종에서 벌어진 전세대출 사기 건으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에서만 총 56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났다. 하나은행에서 발생한 30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는 단일 건으론 가장 피해 규모가 컸다. 이 역시 외부인 사기에 의한 것이었다. 농협은행에서 벌어진 200억원대 사고 역시 외부인인 대출상담사의 감정가 부풀리기로 발생했다.



금융권에서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사고 건수나 규모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은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상징후에 대한 기본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력 투입도 가장 큰 규모로 단행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내부 고발을 장려하기 위해 포상금을 4배로 올리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기업여신이나 자산관리(WM), 글로벌 부문에서 책무 관리만을 담당하는 고객관계전문역(RM)을 올해 1월부터 두고 있다. 고위험 분야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를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방지하고 직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또 직원 속성 정보와 업무행위 위험 분석 AI 모형을 개발해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이상징후를 탐지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 모형은 연내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상시 감시 시스템이나 자금세탁 방지 위험 평가 모형 등에 AI 등 기술을 접목해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내부 고발 포상금을 기존 5억원에서 20억원까지 상향했다. 내부 고발은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금융사고가 가장 많았던 하나은행은 준법 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5명이나 충원해 시중은행 가운데 준법 감시 인력 비율을 가장 높은 수준인 0.82%까지 끌어올렸다. 금감원 권고치는 0.8%다.

작년 내부통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은행은 올 들어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공시 대상 금융사고가 없었다. 내부통제 전문역 57명을 추가 투입하고, 이상징후 검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임원 및 본부장과 부서장·팀장 등에게 10일 이상 휴가를 쓰게 하고 이 기간 내부통제를 점검하는 방식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도 금융사고가 연속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협은행은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는 금융사고가 났을 때 지사무소장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리는 등 즉각 인사 조치를 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고, 내부통제 자격인증제를 연내 도입하는 등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금융당국도 사고 발생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얼마나 잘 시행됐는지, 시행했는데도 사고가 났으면 추가적인 보완책이 무엇인지 대책을 세우게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약속한 통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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