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트럼프의 관세 '유화발언', 전략일까 후퇴일까

박성민

입력 : 2025.05.11 07:07: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화가 열리고 있다.

서로 100%를 훌쩍 넘는 관세를 주고받는 '관세 전쟁' 속에 사실상 무역 관계를 단절한 세계 1, 2위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급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 공식 석상에 마주 앉아 무역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두 나라가 그간 자존심 싸움을 벌이듯이 맞대응과 보복을 주고받으며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한 터라 양측이 첫 만남에서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밀당'을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두 나라와 무역·통상 분야에서 얽히고설킨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관세 전쟁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신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당사자들이 처음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최근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대중(對中) 유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어느 시점에는 중국과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8일 영국과의 무역합의 발표 자리에서 대중 관세 인하 가능성에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또 같은 날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로부터 "미측 당국자들이 대중 관세율을 145%에서 50%대로 낮추는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대중 관세는 80%가 적절할 것 같다"며 구체적 수치와 함께 인하 방안을 직접 내놓았다.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연간 1조 달러(약 1천40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무역 관계가 중단된 현재 그만큼 미국이 돈을 벌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던 그간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80%의 관세는 어떻게 도출된 수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펜타닐 관세 20% 제외한 125% 관세를 반으로 나누면 62.5%가 나오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상 2.5%의 '우수리'를 떼어낸 60%에 펜타닐 관세를 더해서 나온 수치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수치 역시 국가 간 통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관세율이 아님은 분명하다.

또 뉴욕포스트가 앞서 보도한 5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결국 중국을 상대로 자신의 관세 협상 기조인 '전략적 불확실성'을 유지하면서 미국 내부에는 유연함과 강경함이라는 2가지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의 더 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일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하 수치를 제시하면서도 "스콧 B에 달렸다"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협상 실무를 일임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취재진과 문답에서 '베선트 장관이 '노딜'로 빈손 귀국하면 실망하겠느냐'는 질의에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훌륭한 딜을 했다.

우리는 연간 1조 달러의 손해를 끼친 중국과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유화 발언을 어쩔 수 없이 물러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중국산 값싼 제품이 미국에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만간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 미국 내 매장의 진열대가 텅텅 빌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는 데다 강경 일변도의 관세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강경 관세 정책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후퇴를 반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애플과 다른 테크 기업들에 예외를 허용했지만, 이는 매장의 빈 선반을 채우거나 필수 부품을 얻지 못하는 소기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백악관이 다음 주까지 대중국 관세를 50%로 줄일 수 있다고 (뉴욕포스트에) 흘린 것은 놀랍지 않다.

시장에는 더 좋은 소식"이라고 짚었다.

WSJ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공세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는 더 높은 관세·물가 형태로 영구화될 것"이라며 관세전쟁 개시 이후 처음 이뤄진 영국과의 무역합의를 두고 "부분적인 '체면 유지'(face-saving) 출구 전략의 본보기를 제공한다"라고도 했다.

min22@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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