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미 협상 불발대비 최대 150조 보복준비 착수

218쪽 '보복가능 상품' 의견수렴 개시…車·항공기·위스키 포함'귀한 몸' 고철 대미 수출통제도 검토…협상 국면서 '공개 경고'
정빛나

입력 : 2025.05.08 22:12:58


EU 깃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대미 관세 협상 불발에 대비해 최대 950억 유로(약 150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 준비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EU 상업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미국산 제품'이라는 제목으로 218쪽 분량 문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내달 10일까지 의견을 공개 수렴한다고 밝혔다.

의견수렴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고, 미국의 관세가 끝내 철폐되지 않을 때 내놓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첫 절차다.

또 미국의 보편(기본)관세 10%, 자동차 관세 25% 부과로 발생하는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설계하기 위해서라고 집행위는 설명했다.

지난달 집행위는 미국 철강관세 발효에 총 210억 유로(약 33조원) 상당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려다가 대미 협상을 이유로 보류했다.

따라서 협상 불발 시 더 광범위한 보복을 하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목록에는 농수산물에서 항공기·자동차 및 관련 부품, 화학제품이 광범위하게 나열됐다.

항공기는 유럽에 대한 미국의 주력 수출 분야로 꼽힌다.

버번위스키를 비롯한 미국산 주류도 포함됐다.

위스키는 철강관세 보복계획에 애초 포함됐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반격 경고'와 프랑스 등 회원국 반대로 최종적으로 빠졌던 품목이다.

집행위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10% 보편관세로 EU산 주류도 영향받고 있기에 잠재적 조치 대상 목록에 버번위스키를 비롯한 미국산 주류를 다시 넣은 것"이라며 "의견수렴을 거치기에 최종 목록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집행위는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와 별개로 EU산 철스크랩(고철)과 일부 화학제품 등의 대미 수출 통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철스크랩은 미국의 철강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EU산 철스크랩이 미국으로 쏠리는 유출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해관계자들에게 수출 물량을 통제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잠재적 조치에 포함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산업폐기물로 여겨졌던 철스크랩은 저탄소 생산 전기로의 핵심 원료로 부각되면서 '귀한 몸'이 됐다.

집행위의 이날 발표된 구상은 어디까지나 '협상 불발'을 전제로 한 만큼 추가 관세율 등 모든 세부적인 계획은 미정이다.

의견수렴 절차가 끝난 뒤 세부 조치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별도 이행법을 마련, EU 회원국 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에 집행위가 의도적으로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항공기, 위스키 등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 대미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과 무역협상 과정에서 10% 보편관세를 타협할 수 없는 '하한선'으로 그은 반면, EU는 보편관세도 협상 대상으로 본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집행위는 이날 미국의 보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집행위 당국자는 '진행 중인 협상과 무관하게 WTO 제소 절차를 밟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무관하게'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미국의 조치들(보편관세 및 자동차 관세)은 WTO 규정상 명백히 불법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그렇기에 이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놔둘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shin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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