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것 말곤 할 게 없네요”…위기의 기업들 ‘투자 실종사건’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4.30 18:16:15
국내 주요 기업들이 위치한 서울 도심 전경. [연합뉴스]


저금리 기조를 맞아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겼지만, 기업들은 새 사업에 투자하는 대신 빚을 갚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적 둔화와 불확실성 확대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발행된 일반 회사채 규모는 약 23조3700억원인데, 이 중 약 19조원이 기존 채무 상환에 쓰였다. 이 같은 차환용 회사채 발행 비중은 2023년 1분기 82%에서 2024년 1분기 76%로 하락했다가 올해 다시 80%대로 반등했다.

금리가 하락할 때는 통상 빚 상환보다는 신규 투자를 목적으로 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지만, 최근에는 경기 불안 심리가 투자 의욕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올해 들어서도 부채 차환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운영 자금에 쓰인 회사채 발행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12%로 줄었다. 기업들 투자도 한층 위축된 양상을 보였다. 시설 투자 목적의 회사채 발행 비중은 올 1분기 3%에 그쳐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됐지만, 기업들은 신규 자금 융통보다는 부채 리스크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23조4800억원으로 올해와 비슷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신규 자금조달을 위해 순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전년 동기 8조7000억원에서 올해 5조1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1분기는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가장 활발한 시기임에도 기업들이 현상 유지에 집중한 영향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2% 아래로 떨어지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늘리지 않고 현상 유지만 하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 투자 환경이 좋지 않고 기술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 기업들이 투자를 한다고 해도 미국 등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기업어음 등 단기자금이나 주식연계채권(메자닌) 등 대안적 자금 조달은 활발하다.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단기 유동성 확보나 기존 부채 관리에 집중하는 자금운용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연초에는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변동성이 커서 자금 조달에 신중하게 대응한 기업이 유독 많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니 단기자금을 쓰며 대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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