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줄겁니다, 1억7천만원 빼주세요”...의심스러웠던 출금, 끝까지 의심한 직원들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5.04.30 15:04:26 I 수정 : 2025.04.30 15:16:54
고령 고객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협력한 수협 직원 4명 중앙회 표창


30일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사진 왼쪽 세번째)이 보이스피싱을 막아낸 직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뒤 수협 임원들과 보이스피싱 예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서울 서대문구 고흥군수협 남가좌지점. 지난 3일 한 노인 고객이 창구를 찾아왔다. 그는 “아들 사업자금을 도와줘야 한다”면서 정기예금 중도해지를 요청했다. 예금액은 1억7000만원.

만기까지 두면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도, 굳이 이자를 손해봐가면서까지 중도해지를 요청했다. 그것도 전액 수표여야 한다고 우겼다.

창구 직원은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며 수차례 확인했지만 그 고객은 “절대 보이스피싱 아니다. 자식들 사업자금이다”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어쩔 도리가 없자 수협 직원은 수표 1억원짜리와 7000만원짜리를 각각 발행해 지급했다.

도무지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수협 직원은 수협은행 연희로금융센터에 연락해 서대문구 인근 수협 영업점에서 수표를 분할하거나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을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식을 접한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 본부는 전 영업점에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일단 발행된 1억원과 7000만원 두 수표에 대한 지급을 정지시켰다.

오래지 않아 사기범이 등장했다. 사기범은 인근 서울 은평구 한림수협 구산동 지점에 나타났다. 사기범이 교환을 요청한 수표는 다름 아닌 남가좌지점에서 발행한 수표 2장이었다.

사전에 전파된 내용을 알고 있던 구산동 지점 수협 직원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한 후 사기범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다행히 경찰이 제 때 출동했고, 현장에서 사기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

공범들도 인천과 부천을 돌며 같은 수법으로 인출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다가 수협은행 인천 주안지점 신고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훈훈한 소식이 보고받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30일 보이스피싱 사기범 검거에 일조한 수협 회원조합과 수협은행 직원 4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고객에게 수표가 발행된지 단 하루 만에 피해금 대부분을 보전하고 범인까지 검거했다”며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은 이번 모범사례를 일선 영업점에 전파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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