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매각 절차 '올스톱'…KCGI와 협상기한 연장 관측 '솔솔'
KCGI 세무조사로 '매각 필수 관문'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잠정 중단업계선 "KCGI 기다릴듯" 관측…늘어지는 절차에 한양학원 재정부담↑
곽윤아
입력 : 2025.04.27 07:00:05
입력 : 2025.04.27 07:00:05

[촬영 안 철 수] 2024.9.15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학교법인 한양학원의 한양증권[001750]의 매각 절차가 우선협상대상자인 KCGI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올스톱' 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KCGI가 여전히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한양학원 역시 새 인수자를 물색하기보다는 일단 KCGI의 세무조사 결과를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과 KCGI가 맺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의 유효 기한은 오는 6월 말까지다.
그전까지 KCGI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한양증권 매각 절차는 원칙적으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KCGI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자 지난 16일부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세무조사 결과가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무조사가 완료되고 조사 결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항이 없다면 심사는 재개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추후 일정을 대략적으로라도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양학원이 KCGI가 아닌 새 인수 희망자를 찾아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인수 희망자를 물색하기 위해서는 매각가 협상 등을 위한 실사, 계약 조건 협의 등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하는데, 이럴 경우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양학원으로선 자금 조달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차순위협상대상자로 패션기업 LF[093050]를 선정하긴 했으나 KCGI와의 인수 협상이 어그러지더라도 LF와 반드시 인수 협상에 나서야 할 의무는 없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가 좋지 않아 KCGI 인수 자체가 무산되지 않는 한 KCGI와 계약을 다시 체결해 협상 기한을 연장하는 게 한양학원에 그나마 나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GI 측도 과거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인수 당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턱을 넘은 경험이 있는 만큼, 세무조사라는 고비만 넘기면 예정대로 한양증권을 인수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KCGI 관계자는 "한양증권을 인수하고자 하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세무조사가 잘 완료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 절차가 늘어지는 이 같은 상황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은 건설 시장 부진에, 산하 교육기관인 한양대학교는 의대 집단휴학 등의 여파로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다.
최근 한양학원이 OK금융그룹의 OK캐피탈에게서 450억원 규모의 긴급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본 금리는 연 8.5%이고, 한양학원이 교육부에서 허가받은 한양증권 주식 처분 기한(올해 7월18일)을 연장하지 못하면 가산금리 최대 2.5%포인트가 추가 적용된다.
한양학원이 담보로 건 주식은 한양학원 산하 기업인 에이치비디씨와 백남관광, 한양학원의 김종량 이사장이 보유한 한양증권 주식 총 284만4천895주(지분 22.35%)다.
이중 에이치비디씨와 백남관광이 보유한 한양증권 주식은 KCGI 측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물량이기도 하다.
대출 만기 등 세부적인 조건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높은 수준의 금리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걸 만큼 자금 확보가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대출 구조를 뜯어보면 한양학원이 어떻게든 한양증권을 빠르게 매각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놨다는 해석도 있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대출에는 동반매도청구권이 설정됐다.
이는 OK캐피탈이 담보권을 실행할 때 담보로 잡은 주식뿐만 아니라 한양학원이 보유한 한양증권 주식(143만7천590주, 지분 11.29%)까지 모두 제3자에게 일괄 매각할 것을 한양학원에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후 OK금융그룹이 한양증권 매각에 대한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증권업 진출을 꿈꾸며 한양증권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은 OK금융과 한양증권 매각이 간절한 한양학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경우 한양학원은 KCGI로의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자연스럽고 빠르게 다른 인수 희망자와 협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ori@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韓 교보생명과 日 SBI그룹 간 협업, 신의 한 수일까 독일까
-
2
“반등 시작하나” 美증시 기대감에…대표지수 ETF 순자산 ‘쑥’
-
3
[부고] 정재욱(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실)씨 부친상
-
4
한 달 수익률 1위 ETF는 조선…방산 앞질러
-
5
이복현 "미국에 주주 충실의무 없다는 건 나쁜 거짓말"
-
6
[부고] 김동환(SK증권 WM사업부문 대표)씨 모친상
-
7
[부고] 김우석(글렌우드 대표)씨 부친상
-
8
미국 나홀로 호황 끝?…"1분기 성장률 0.4% 그칠 가능성"
-
9
하나證·KT&G…외화채 시장 '기지개'
-
10
육아휴직 공시 의무화 첫해 코스피·코스닥기업 '양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