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교보생명과 日 SBI그룹 간 전략적 협력, 신의 한수 될까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입력 : 2025.04.27 15:43:30 I 수정 : 2025.04.27 17:42:19
입력 : 2025.04.27 15:43:30 I 수정 : 2025.04.27 17:42:19
SBI, 1조원으로 교보생명 20% 확보예정
신창재 회장 FI와의 7년 넘은 풋옵션 분쟁
SBI 덕분에 해결할 자금 마련할 공간 생겨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매입 예정
향후 교보생명 지주회사 체제 전환 예고
기업가치 올라야 신 회장 경영권 지켜
3세 승계 딜레마는 해결해야할 숙제
신창재 회장 FI와의 7년 넘은 풋옵션 분쟁
SBI 덕분에 해결할 자금 마련할 공간 생겨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매입 예정
향후 교보생명 지주회사 체제 전환 예고
기업가치 올라야 신 회장 경영권 지켜
3세 승계 딜레마는 해결해야할 숙제


국내 3위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보험과 일본 5위 금융지주인 SBI그룹이 손을 맞잡으면서 국내 보험·저축은행 업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향후 양자 간 협업이 ‘신의 한 수’가 될지 혹은 ‘또 다른 분열’이 될지는, 교보생명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성패에 달려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30%를 약 6000억원에 사들이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추가 지분매입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다.
IB업계선 SBI저축은행 100% 지분가치를 최대 3조원으로 보고 있다.
만일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의 소수지분이 아닌 경영권지분까지 매입하게 된다면, 교보생명은 1조원 이상의 돈을 투입해야 한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8조원에 달해, SBI저축은행 인수를 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첫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가속할 수 있다. 국내 1위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생명보험업에 치중된 교보생명그룹의 매출 발생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는 중이다.
둘째, 신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나선 SBI그룹에게 엑싯(Exit·투자액회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SBI그룹은 지난 2013년 SBI저축은행 지분을 인수하고,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SBI저축은행을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로 올려놨다.
그동안 SBI그룹이 투자한 돈은 약 1조원. 교보생명이 1조원 이상을 SBI저축은행 지분 인수에 쓴다면, SBI그룹 입장에선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SBI그룹, 1조원 들여 신창재 회장 우호지분으로
교보생명도 SBI저축은행 지분 인수해 엑싯도와
교보생명도 SBI저축은행 지분 인수해 엑싯도와

앞서 지난 3월 SBI그룹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7년 넘게 풋옵션 분쟁을 어피니티 지분 9.05%를 4341억원에 인수했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SBI그룹은 도합 1000억엔(1조원)을 들여 교보생명 지분 20%를 사들일 계획이다.
IB 업계에선 SBI그룹이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와 판테온 지분 등을 사들이며 지분을 20%까지 늘릴 것이라 보고 있다.
SBI그룹 입장에서 보면, 추가로 1조원을 들여 교보생명 지분 20%를 사들이며 신 회장 우호지분으로 남되, 대신 신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을 1조원에 사들이는 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신 회장 경영권에 대한 우호지분을 대가로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을 사들이는 거로 볼 수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며 “하지만 교보생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명분에 따라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당국에서 이에 대해 제재를 할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SBI 덕분에 신 회장 FI와 분쟁 해결단초 마련해

신 회장은 7년 넘게 FI들과 풋옵션 행사가격을 두고 분쟁을 이어왔다. 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어펄마가 들고 있었던 교보생명 지분은 도합 29.34%로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33.78%)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신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최대한 조달하려고 했어도, 교보생명 지분 33.78% 지분을 담보로 29.34%에 해당하는 FI들 몫을 모두 사들이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SBI그룹이 4341억원을 들여 어피니티컨소시엄 중 어피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를 사들이면서, 신 회장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을 지웠다.
현재 국내 증권사가 세운 SPC(특수목적법인)이 어펄마(5.33%)와 GIC(4.50%) 지분 9.83%를 들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신 회장이 증권사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유한 지분이다.
신 회장은 이를 위해 도합 4147억원을 대출받은 상황이다.
신 회장 입장에선 교보생명 경영권 지분(33.78%)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는 최대 1억원 남짓(기업가치 5조원과 LTV 50~60% 가정). SBI그룹이 FI몫 중에 9.05%를 책임져준 덕분에, 남은 약 20% 몫에 대해서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FI와의 분쟁을 해결할 단초를 SBI그룹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
다만 현재 FI인 IMM PE와 EQT는 신 회장과의 풋옵션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풋옵션 가격 보고서를 신 회장이 내지 않는 것을 두고 FI는 강렬 반발하는 모양새다.
만일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신 회장측은 지주회사 체제에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 주주간 분쟁을 해결해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창재 회장의 딜레마, 주가상승 vs 3세 승계

교보생명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4~5조원으로 거론된다.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기업가치가 7~8조원대로 상승한다면?
신 회장 입장에선 시세차익을 보고 지분을 조금씩 팔면서 약 1조원으로 예상되는 주식담보대출을 조금씩 갚아나갈 수 있다.
SBI그룹 역시 교보생명 지분 20%를 투자한 것과 관련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그림이다.
그러나 반대로 기업가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담보로 잡힌 지분이 금융사 또는 제3자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SBI홀딩스가 추가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경우, 기존에 우호지분으로 간주되던 관계가 뒤바뀌며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배구조가 상당부분 차입과 우호지분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결국 신 회장의 경영권 유지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상승 여부에 달린 셈이다.
IB업계선 교보생명그룹이 메리츠금융지주를 본받아 주주환원책,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할 경우엔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메리츠금융지주처럼 ‘자녀 승계 포기’라는 이례적 선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주주환원책을 대폭 확대하면서, 임직원에 대해서도 메리츠금융지주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 회장은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3세 경영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신 회장의 두 아들(장남 신중하·차남 신중현)은 교보생명·교보라이프플래닛서 각각 디지털 분야 중책을 맡고 있다.
신 회장 입장에선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의 이슈로 주가가 올라가야 하지만, 또 적정선에서 주가 상승을 제어해야 향후 상속세를 절감하면서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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