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500억 돌려줘”…베트남 진출 韓기업, 국세청에 ‘청구 러시’ 이유는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입력 : 2025.04.23 23:26:24
입력 : 2025.04.23 23:26:24

법인세를 환급해 달라는 경정청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청구에 나서면서 국세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청구 과정에서 국내 회계법인들이 자문 명목으로 이를 부추기는 사실상 ‘환급 마케팅’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세실업이 법인세를 일부 환급해 달라며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신청한 건에 대한 조세심판원의 심판관 첫 회의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 전문기업인 한세실업은 베트남에 생산공장 3곳과 원단 가공공장 1곳을 둔 대표적인 베트남 진출 기업이다.
한세실업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 본사로 들여올 때 책정된 이전가격을 다시 상향하면서 국내 본사 이익이 줄었으니 법인세 500억원을 환급해 달라고 신청했다. 이전가격은 관계사들 사이에 원재료, 제품, 용역 거래가 발생하면 회계상 적용되는 거래금액이다. 이전가격이 높으면 국내 본사 입장에선 비용이 늘어나 법인세 납부액이 줄게 되는 만큼 이미 납부한 법인세 일부를 환급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국세청이 한세실업에서 제시한 조정 이전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환급을 거부하자 한세실업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경정 거부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국세청은 최근 베트남 진출 기업들 사이에서 한세실업과 유사한 방식의 법인세 환급 요구가 줄을 잇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 탑텐·올젠·지오지아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신성통상과 성우하이텍, 대원강업, 약진통상, 제이에스코퍼레이션, 남양 등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가진 기업 10여 곳이 법인세 환급 경정청구에 나섰다. 신성통상은 180억원, 성우하이텍은 400억원, 대원강업은 200억원 규모의 법인세 환급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의 경정청구 업무는 삼일회계법인, 신한회계법인, 삼화회계법인 등이 대리하고 있다.
세무 전문 변호사는 “회계법인들이 베트남 진출 중견기업들을 상대로 법인세 경정청구를 부추기고 있다”며 “실제 환급이 이뤄지면 환급액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전했다.
법인세 경정청구 건수는 2022년 2만4945건에서 2023년 4만3932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른 법인세 환급금도 2022년 1조8308억원에서 2023년 2조9779억원으로 증가했다. 세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국세청 입장에선 소득세에 이어 법인세 경정청구까지 증가하는 추세가 무척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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