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너지 기술 앞세워 韓이익 최대한 챙겨야…美 싱크탱크들의 조언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입력 : 2025.04.23 23:18:37
23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5’에서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왼쪽)이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기술 협력 확대’를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미국 싱크탱크와 전직 고위 관료들에게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므로 한국도 일정 부분 이에 호응하는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5’에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기술 등 분야에서 한미가 공동 어젠다를 수립하는 형태로 협력을 안정적으로 심화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써야 한다”면서 “미국은 조선 부문에서 도움이 절실하고 한국은 조선 역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한미가) 조선 등 기술·산업 부문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일종의 ‘채널’로 삼아 다른 논의 국면에까지 확산하면 우호적 협상이 될 수 있다”고 권유했다.

23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5’에 참석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준 기자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한미 기술 협력 확대를 최우선 협상 전략으로 꼽았다. 차 석좌는 “미국은 과거 아시아에 했던 투자 덕에 배당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조선, 에너지 협업, 반도체, 우주항공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에 엄청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한국이 대미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인 대중국 견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이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3자 관계에 상당한 레버리지를 두고 중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목표에 맞게 한국이 ‘로직’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2기 시대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새로운 협력 기회가 많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는) 이례적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가 협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양자 협상에서 변칙 플레이를 즐겨 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야를 가리지 말고 한미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언급이다.

다만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 관세 압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부흥의 핵심인 자동차와 철강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업종에 대한 관세장벽은 쉽게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기대를 걸지 말고 ‘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마커스 놀런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미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의가 지켜질지 의구심이 크다”면서 “한국은 미국 측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놀런드 부소장은 “한국에 ‘당연한’ 2개의 시장은 중국과 일본”이라며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 쪽으로 (무역) 균형추가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최적의 시기”라며 “한국이 대만·일본과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CPTPP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격’ 이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새로운 ‘자유무역 연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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