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끝났는데…청산조합이 쓴 돈 9천억원, 조합원 몫은 줄었다

전국 347개 청산조합 전수조사…잔여자금 1조4천억의 65% 소진 소송 핑계로 청산 미루며 조합장 월급은 매달 수백만원
박초롱

입력 : 2025.04.21 05:30:01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사진은 이날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2025.4.17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완료돼 입주까지 끝났지만 마지막 단계인 청산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막대한 유보금이 소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국의 347개 미청산 조합에서 청산 과정 중 9천억원이 쓰였으며, 일부 조합은 10년 넘게 청산을 마무리하지 않고 운영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17개 시도 미청산 조합 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조합 해산 이후 청산 단계에 들어가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에 347곳 있다.

이들 미청산 조합의 해산 당시 잔여자금은 1조3천880억원 규모였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남아 있는 잔여자금 4천867억원이다.

청산을 진행하며 9천13억원을 쓴 것이다.

청산은 재건축·재개발 조합 해산 이후 자산·부채를 정리하고 남은 돈을 배분하는 '최종 정산' 과정이다.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열고 청산인을 선임해 재산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해산 때 남은 돈은 조합원들에게 1차 환급하고, 소송 대응, 세금 납부와 채권 추심·변제 등을 위한 유보금을 남기고서 청산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청산인은 통상 기존 조합장이 맡는다.

그런데 상가·아파트 소송이 끝나지 않았다거나, 세금 납부 및 환급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산인이 차일피일 청산을 미루며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

청산인 월급과 운영비로 많게는 매월 수억 원이 줄줄 새 나가면 그만큼 조합원들이 환급받을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단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사진은 6일 서울 한강 인근에서 바라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2025.4.6 ksm7976@yna.co.kr

전국에서 미청산 조합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다.

156개(46%) 미청산 조합이 잔여자금 9천593억원을 갖고 청산 절차에 돌입했으나 현재 남은 자금은 2천831억원이다.

6천752억원(70.4%)이 소진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A재개발조합은 2016년 10월 해산 이후 10년째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청산인은 월 500만원, 사무장은 350만원을 꼬박꼬박 급여로 받는다.

이 조합은 하자 보수 등을 둘러싸고 5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해산 때 257억원이었던 잔여재산이 이제 13억원 남았다.

서울 노원구 B재개발조합은 진행 중인 소송이 6건 있어 청산이 불가능하다면서 4년째 청산을 진행하고 있다.

청산인은 월 700만원의 월급을 받아 간다.

그간 205억원을 쓰고 남은 재산은 14억8천만원뿐이다.

부산에서는 46개 미청산 조합이 잔여자금 623억원을 갖고 청산을 시작했으나, 현재 남은 자금은 171억원이다.

청산 과정에서 451억6천만원(72.5%)이 소진됐다.

대구의 미청산 조합 24개에는 해산 당시 684억원 잔여자금이 있었으나 현재 남은 돈은 241억원이다.

그간 443억원(64.8%)을 썼다.

전국 327개 미청산 조합 중 60개는 잔여 자금 확인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정비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일단 입주를 시작하면 조합원들의 관심이 확 줄어들기에 이를 악용하는 청산인들이 있다"며 "조합원들이 해산총회 때 청산법인에 권한을 얼마나 줄 것인지와 잔여재산을 얼마 남길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재건축·재개발 청산 절차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독할 수 있게 됐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청산을 미룬다면 정부·지자체가 청산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국회에서는 해산·청산 단계에서 조합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정비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조합원이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자료 보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비사업 정보를 한데 모아 공개하는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김 의원은 "소송을 지연시키는 등 고의로 청산을 미루며 부당하게 쓰인 조합원들의 돈을 환수해 다시 돌려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정부가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전국 17개 시도 미청산 조합 현황
구분청산조합수현재 잔여자금 확인불가 조합수해산시 잔여자금
(백만원)
현재 잔여자금
(백만원)
총계327601,388,007486,661
서울특별시1569958,368283,160
경기도5113 205,725137,204
강원도11194확인불가
인천광역시12315,4308,223
부산광역시461962,27617,121
광주광역시7224,6917,007
대전광역시5-33,5125,918
대구광역시24468,39924,068
울산광역시1-2991,493
충청북도----
충청남도4-10441
경상남도6311,992833
경상북도542,030248
전라남도----
전북특별자치도6-4,2191,330
제주특별자치도3276815
세종특별자치시----
※ 자료 출처: 국토교통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 chopar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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