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금도 못 믿겠어”…잠 못 자는 슈퍼리치들, 금고 사서 현찰 찾는다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입력 : 2025.04.20 21:58:33
시중 현금 200조원 육박
개인용 국채시장도 활황
자산 보관할 금고 구매 껑충
안전자산 선호 현상 급증


[사진 = 연합뉴스]


고액 자산가 A씨는 최근 현금 보유용 금고를 구매했다. A씨는 “경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데 주식, 부동산만 들고 있기는 불안하다”며 “어느 정도 안전자산을 들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관세전쟁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큰손들이 잇달아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올해 시중 현금은 20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었다. 저금리 국면에 투자 시야까지 불투명해지자 차라리 돈을 들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흐름이 강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준 화폐발행 잔액은 197조원으로 2월 역대 최고치(198조원)를 기록한 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 가운데 은행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시중에 남아 있는 현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4월 들어 미국 상호관세 조치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시중 현금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풀린 돈 중 상당수는 금고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3월까지 고액권(5만원권) 환수율은 50%에 그쳤다.

경기 불확실성이 부쩍 커지면서 해외 큰손들 사이에서도 현금을 쥐고 가자는 흐름이 강해졌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달 기관투자자 현금 비중(4.1%)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이 들고 있는 현금이 늘면서 이를 보관할 금고 시장까지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금고 수입액은 52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1% 뛰어올랐다. 역대 최고 수입액을 기록했던 2021년 코로나19 사태(605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국채 등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흐름 역시 늘었다. 지난 3~4월 개인투자용 5년물 국채 1300억원을 모집하는 데 23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원금이 보장되면서 이자가 복리로 재투자되고,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부각됐다.

올해 1~4월 개인투자자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금 71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달 금값 급등으로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개인의 금 순매수액이 180억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1년 새 40배가 급증했다.

황선경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들이 대내외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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