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 내 일본 잡는다"…LG이노텍 자신한 '반도체 기판' 신무기

IT기술 총집결한 '드림 팩토리'…AI·무인화로 '수율확보' 총력2030년 FC-BGA 시장규모 23조원…문혁수 "수율·품질 안정화 집중"
강태우

입력 : 2025.04.20 10:00:04
(구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우리의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경쟁 상대는 일본 선진회사입니다.

확고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로 2∼3년 안에 그들을 따라잡겠습니다."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내 FS통합관제센터
[LG이노텍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7일 LG이노텍이 언론에 최초 공개한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생산 허브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는 경북 구미 중심에서 한껏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은 인공지능(AI), 딥러닝,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최신 정보기술(IT)을 총집결한 스마트 공장으로, 지난 2022년 LG이노텍이 FC-BGA 사업 신규 진출을 위해 LG전자의 구미4공장을 인수해 구축했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 주로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용된다.

최근 AI, 자율주행, 서버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커지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달러(약 11조3천3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3조2천300억원)로 두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이날 방문한 드림 팩토리 내부는 웅장한 외관과 달리 실제 작업하는 근무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여러 대의 자율주행로봇(AMR)과 커다란 로봇 팔만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처럼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됐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사람이 모든 이물과 수율 저하의 원인"이라며 "(자동화를 통해) 사람이 터치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론적으로는 훨씬 더 높은 수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 'FC-BGA'
[LG이노텍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드림 팩토리는 LG이노텍이 일본 업체를 콕 집어 추월을 자신한 배경이기도 하다.

FC-BGA는 일반 기판보다 기술 난도가 높고 수율 관리가 까다로워 불량률을 줄이는 것이 업체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PC, 서버,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등 사용처나 제품군에 따라 FC-BGA의 수율이 50∼90%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은 1995년부터 약 30년간 쌓아온 기판 기술에 공장 자동화·지능화를 통한 수율 확보로 선도업체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존 공장 대비 50% 수준의 인원으로 운영 중인 드림 팩토리를 향후 백엔드(뒷단)에 있는 엔지니어까지 AI로 대체하는 등 완전한 무인화에 가까운 수준까지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로 인한 유휴 또는 기존 인력들은 기타 업무나 다른 공장으로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부사장은 "업력이 긴 일본 업체들을 하루아침에 뛰어넘기란 쉽지 않겠지만, 국내 경쟁사나 일본 선진사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디지털화를 통해 수율을 높이고 이를 축적하면 (일본 업체를) 충분히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현재 글로벌 FC-BGA 업계 강자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난야 등 일본과 대만 업체다.

국내 업체 중에선 삼성전기가 LG이노텍보다 한발 앞서있다.

LG이노텍 드림 팩토리에서 작업 중인 로봇
[LG이노텍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LG이노텍은 수율을 무기로 추가 고객도 빠르게 확보해 FC-BGA 사업에서 오는 2023년까지 조 단위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4월 사내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올해 2분기는 하반기 성과 창출의 교두보가 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기판소재사업은 신규 사업의 경우 수율 확보와 품질 안정화에 집중하고, 기존 사업은 고객 물량 확보를 통한 성과 극대화에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북미 빅테크 고객 대상의 PC용 FC-BGA를 본격 양산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추가로 확보했다.

기존 고객사는 인텔, 솔리다임, NXP 등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확보한 새로운 고객사는 퀄컴, 브로드컴 등으로 추정된다.

LG이노텍은 이르면 내년 서버용 FC-BGA 등 하이엔드급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출하고, 2027년까지 유리기판 등의 차세대 기판 기술도 내재화할 방침이다.

LG이노텍 구미 '드림 팩토리' 전경
[LG이노텍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burni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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