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2조원 빨아들인다…트럼프 달러 패권 확장 선봉에 선 ‘달러코인’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입력 : 2025.04.16 20:46:10
美서 홀대받던 스테이블코인
트럼프 집권후 띄우기 나서
속내는 美달러 패권 강화

테더, 美국채 1200억弗 보유
獨보다 많고 韓 보유량 육박
글로벌 금리시장 파급력 커

韓, 디지털경제 주도권 찾아야


스테이블코인 ‘테더’ [AFP =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해외로 나간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지난해 11월 7조4922억원 규모였지만 12월 들어 12조964억원을 기록하며 10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각각 11조7040억원, 11조4814억원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공언하며 띄우기 시작하면서 유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서밋 행사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한 법안을 작성하는 의원들을 지지한다. 미국 달러를 미래에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스테이블코인 점유율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게 테더(USDT)다. 테더의 인기 배경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기축통화라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현물 시장 점유율은 바이낸스가 43.71%를 차지했다. 바이낸스의 기축통화는 테더다.

점유율 10.26%로 3위를 차지한 바이비트, 7.04%로 5위를 차지한 OKX도 테더를 쓴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의 61.01% 이상이 테더로 이뤄지는 셈이다.

테더는 2014년 비트파이넥스라는 홍콩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코인을 거래하기 위한 기축통화로 시작했다. 테더를 발행하는 테더사와 당대 가장 거대한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는 자매회사다.

당시엔 가상자산 거래를 달러로 직접 할 수 없었다. 원화를 업비트 등에 입금해 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국내와 달리 해외는 달러로 거래할 수 있게 된 게 최근의 일이다.

달러는 미국 정부의 감시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을 받던 가상자산거래소가 은행 계좌를 만들 순 없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테더였다.

달러를 테더사에 맡기면 1개의 테더가 발행된다. 테더로 가상자산을 사면 적어도 달러로 가상자산을 산다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엔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테더는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시장 변동성이 클 때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4월 6~12일)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17억2113만달러(약 2조449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주 전인 3월 23~29일 기록한 12억7036만달러 대비 35.48%가량 증가한 수치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1월 19~25일 55억1415만달러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기록해왔는데, 3월 넷째주에 저점을 찍고 이달 들어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혁명적 변화가 생긴 것은 트럼프가 시장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매우 효율적인 도구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그 자체가 달러 수요를 늘린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는 코인 1개를 발행하려면 현금 1달러 또는 미국 단기국채를 준비자산으로 예치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면 달러 수요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특히 예치된 달러로 미 국채를 사들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수익성까지 높일 수 있어 미 국채 시장 큰손으로 부상했다.

테더는 지난해 미 국채 331억달러어치를 사들이며 글로벌 구매자 7위에 올랐다. 캐나다, 멕시코, 독일 등 국가보다 높은 순위다.

스테이블코인 테더 [로이터 = 연합뉴스]


테더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113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에만 105억달러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현재 보유량은 1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월 기준 독일(1055억달러)보다 많고, 한국(1222억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런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들이 점차 미 국채 보유량을 늘리거나 줄이면서 글로벌 금리 시장에도 막대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스테이블코인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편이다. 국내에선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투자자 보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실물자산토큰화(RWA)와 스테이블코인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2단계법을 추진 중이지만 대선 국면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좁은 사고의 틀에 갇혀 있는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자산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쏟아 붓고 외국 시장으로 나갔다”며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이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결제 시스템을 세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대책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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