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수익 퇴직연금 달라졌다 … '강심장' AI가 굴리니 年 30%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입력 : 2025.04.14 17:40:24 I 수정 : 2025.04.14 20:05:53
IRP 가입때 AI 운용 선택 가능
투자성향 맞춰 알아서 굴려줘
데이터 기반한 위험관리로
폭락장에서도 수익률 방어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 87%가
저수익 원리금보장형에 쏠려
RA도입으로 수익률 상승 기대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알고리즘으로 운용된 퇴직연금이 연환산 3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에 치우쳤던 퇴직연금 운용에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자 실적배당형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4일 코스콤 RA 테스트베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M-ROBO마이골드자원배분_ETF_P' 퇴직연금 알고리즘은 연환산 수익률이 29.39%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의 'NH_DNA 퇴직연금_FinNest_P'는 21.80%로 2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mRobo_목표실질수익률_63_P'(18.55%), 삼성증권의 '삼성 퇴직Robo ETF형_P'(18.08%), AI콴텍의 '콴텍 황금나비 선진국_P'(17.27%)도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뒀다.

올해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는 RA를 통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고 매매해야 했으나 이제 투자 성향만 입력하면 AI 알고리즘이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하고 운용까지 수행한다. 가입 한도는 IRP 계좌당 연간 900만원이며 매년 900만원씩 증액된다. 미사용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그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낮았다. 국내 투자자들이 원리금 손실이 없는 원리금 보장형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사람이 운용하면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AI 기반의 RA 일임 서비스가 도입되면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87.2%가 원리금보장형에 투자돼 있었으며 해당 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4.08%에 그쳤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3.27%로 3배 이상 높았다.

RA는 알고리즘을 통한 판단으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불안 등 감정이 섞일 수 있는 사람이 운용하는 것보다 더 냉정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RA 투자 일임 스타트업인 AI콴텍은 최근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증시 쇼크를 자체 위험 관리 알고리즘을 통해 선제적으로 방어했다고 밝혔다. AI콴텍의 'Q-X' 모듈은 지난 3월 7일과 이달 3일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두 차례에 걸쳐 위험 자산 비중을 축소했다.

그 결과 3월 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AI콴텍은 -5.47%를 기록하면서 나스닥지수(-12.6%) 대비 7.13%포인트 선방했다.

다른 RA사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위험 관리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파운트투자자문은 세계 각국의 경제 데이터와 시장지표를 활용해 글로벌 경기를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파운트 마켓스코어'를 통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

국내 금융업체들은 RA사와 합작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과 파운트투자자문은 지난달 27일 처음 서비스를 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쿼터백자산운용과 공동 소유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삼성증권을 통해 RA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14일부터 제공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번주부터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또 다른 투자 일임 스타트업 디셈버앤컴퍼니도 이르면 이번주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과 함께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달 초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CBT)를 거친 뒤 현재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금융당국의 RA 테스트베드 도입 이후 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모습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회사들의 RA 시장 규모는 2017년 1115억원에서 올해 2월 9702억원으로 8.7배 커졌다. 이 중 일임 서비스 규모는 같은 기간 27억원에서 3622억원으로 늘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RA에 기반한 장기 연금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RA 시장 규모(순자산·AUM)는 2020년 975억달러(약 142조원)에서 지난해 1조8000억달러(약 2620조원)로 성장했다. 미국은 글로벌 RA 시장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2015년부터 401K 퇴직연금 시장에 RA를 도입했고 퇴직계좌 관리와 절세 매매에 특화된 RA까지 등장했다.





로보어드바이저(RA)

로봇(Robot)과 자산관리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자문을 하거나 자산 운용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정유정 기자 / 정상봉 기자 /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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