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내 유튜브 구독료는 어디로 가길래

이지헌

입력 : 2025.04.13 07:07:01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기자는 유튜브(구글)와 넷플릭스의 충성 고객이다.

언제 유료 구독을 시작한 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꽤 오래전부터 구독료를 내왔다.

지금은 미국에 있지만 구독료는 여전히 한국 카드에서 나간다.

기자는 애플의 아이폰을 쓰는데 기기의 저장용량만으론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 담을 수 없어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 유료 저장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동안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워낙 많고 쉽게 옮겨갈 수 있는 마땅한 대안도 없다 보니 이젠 어쩔 수 없이 매달 돈을 내야 하는 '노예' 신세가 됐다.

가끔은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을 구매하는데, 유료 결제액의 최대 30%는 개발사가 아닌 애플로 간다고 들었다.

구글도 비슷한 수수료를 떼간다고 한다.

이렇게 구글(알파벳)과 애플, 넷플릭스가 기자에게서 매달 꼬박꼬박 떼가는 돈이 적지 않다.

유튜브에 붙은 광고 수수료 수익 중 절반가량은 유튜버에게 돌아가지만, 나머지는 유튜브 몫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해외 빅테크 기업 한국 법인의 매출액 및 법인세 2023년 추정 보고서'에서 구글이 광고·앱마켓 수수료 등을 통해 2023년 한 해 한국에서 총 12조1천35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구글 코리아가 2023년 올린 매출액은 3천653억원(감사보고서 기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번 돈은 아마도 해외 법인의 매출로 잡혔을 것이다.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히 얼마를 벌었는지 모르고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인 셈이다.

평택항의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 차량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점에선 이 같은 빅테크(정보기술 대기업)들의 서비스 수출은 국가 간의 교역이 아닌 것으로 보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며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과 각종 불공정 무역장벽을 고려한 상호관세율을 국가별로 계산해 발표했다.

한국은 25%로 책정됐다.

미국 정부는 이 수치를 복잡한 수식으로 정밀하게 계산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결과물만 따져보면 각국과의 무역수지 적자액을 수입액으로 나눈 단순 계산법이 적용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 말한 무역수지에 서비스의 수출입은 포함되지 않는다.

자본의 유출입은 말할 것도 없다.

단순화해 말하자면, 미국이 가장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서비스 수출은 교역에서 제외하고 보자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 부분을 걸고넘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에 대한 협상이 만약 실패로 끝날 경우 미국 빅테크들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수익을 낮춰 잡고 세금을 회피해왔다는 주장은 국내에서도 오래 제기돼 온 논쟁 주제다.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이 제조업을 버리고 서비스업에 집중하게 된 것을 중국 등 외국의 불공정 무역 탓이라고 단순 치부하는 것은 사안의 한쪽 면만을 보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이익률이 떨어지는, 즉 물건 팔아봤자 돈이 얼마 안 남는 제조업을 외국에 넘기고 대신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에 집중해왔다.

현 산업 구조는 미국이 선택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와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회사,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이 외국에서 끊임없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핵심 산업 분야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가 오랜 기간 허덕이는 사이 미국 경제만 나 홀로 강한 성장세를 지속해온 '미국 예외주의'가 가능했던 것도 이 같은 산업구조 고도화 덕이 크다.

경상수지나 국제수지 등과 같은 경제지표는 서비스 거래나 자본 흐름이 포함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지표를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오늘날 학계와 국제기구에선 디지털 시대를 맞아 국제수지 지표에 기재되는 거래의 범위를 더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물가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학자들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맞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경동의 시간을 보낸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경제학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란 시장의 마지막 경고로 들렸다.

p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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