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남아도는데 어쩌나…휴지조각 신세인 한미FTA, 쌀시장 개방 압력 커진다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5.04.04 00:34:44
쌀, 매년 20만톤 공급과잉인데
트럼프 ‘최악 무역장벽’ 지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USTR 무역장벽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상호관세 26%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 중 사실상 가장 불리한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미국은 호주, 칠레, 콜롬비아, 페루, 싱가포르 등과도 FTA를 맺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기본 관세인 10%만 부과하기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졌지만 이미 25%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인 USMCA 적용품은 관세 대상에서 빠진다.

문제는 한미 FTA에 따라 한국은 미국 제품 대부분에 사실상 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에 그친다.

미국이 재차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 언급한 최혜국대우(MFN) 관세율 13.4%는 FTA를 맺고 있는 미국과는 상관없다. 미국이 한미 FTA를 쓰레기통에 폐기한 것과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미 FTA는 2013년 공식 발효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들어 미국 요구로 개정 협상에 들어가 2019년 1월 1차 개정 협정이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수입차 규제와 쌀 관세를 지목해 “최악의 무역장벽”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이는 단순히 미국 수출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농가와 자동차산업 밸류체인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가 한국에서 생산됐고, 일본은 94%가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꼬집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총 162만대 중 83%가 국산차, 17%가 수입차였다. 백악관은 상호관세 ‘팩트시트(Fact Sheet)’에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한국와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데 다양한 비관세장벽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USTR은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이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가스 관련 부품(REC) 규제를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산 쌀에 대해 한국이 500% 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쌀은 농민 보호와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더 개방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 중국, 호주, 베트남, 태국 등 5개국에서 연 40만8700t의 쌀을 5%의 저율할당관세(TRQ)로 수입한다. 미국 배정 물량은 13만2304t이다. TRQ 초과 물량에 대해선 513%의 관세가 부과된다.

정부가 쌀 수입에 이 같은 제한을 두는 것은 지금도 국내에 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소비 급감으로 매년 20만t 이상 쌀이 남고 있다. 정부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쌀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2조6000억원을 들여 120만t을 매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저율할당관세 수입 물량도 충분히 많다”며 “국내 쌀 과잉공급이 심한 상태라 미국 쌀 수입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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