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 뻥튀기에 지인회사 일감 몰아주기…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역대 최다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3.20 07:03:59
작년 부정수급 630건 ‘최다’
국민 혈세 500억 가까이 꿀꺽
“기관장·직원 연루사례 많아”


적발된 ‘라벨 갈이’ 물품 [사진 = 기획재정부]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진행하는 한 사업자가 지난해까지 5년간 관련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는 A업체와 매년 8억원이 투입되는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이 기간 A업체에 넘어간 보조금은 39억1000만원에 달한다.

한 업체는 국고보조금을 외국인 대표의 출장비로 전용했다. 사업자는 급히 내부 출장 규정을 만들어 대표의 출장비를 1급 공무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책정해 나랏돈을 가로챘다.

지난해 이처럼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사례가 630건 적발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보조금이 들어간 일감을 친인척 회사에 몰아주는 등 적발 업체들이 가로챈 금액은 500억원에 육박했다.

19일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 ‘e나라도움’의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을 활용한 점검 결과가 발표됐다.

탐지시스템은 보조사업자의 정보를 수집해서 가족 간 거래, 출국·사망자 수급, 세금계산서 취소 등 패턴을 통해 보조금 지원 사업 중 위험도가 높은 것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점검은 시스템을 통해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집행된 보조 사업 중 의심되는 8079건을 추출해 이뤄졌다.



점검 결과 부정 수급이 발견된 사업은 총 630건, 수급액은 493억원으로 나타났다. 적발 건수는 2023년(493건)보다 1.3배 많은 역대 최다였다. 기재부와 사업 담당 부처, 한국재정정보원, 회계법인이 함께 현장을 점검하는 ‘합동현장점검’을 통해선 249건, 453억원이 적발됐다. 전년 169건, 324억원 대비 크게 뛴 것이다.

문제는 사업 담당 부처 자체 점검의 적발률은 5%에 불과했지만 기재부 등 외부 기관이 참여한 합동현장검검의 적발률은 42%였다는 점이다.

임영진 기재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관리단장은 “기관장이나 기관 직원이 연루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적발 사례를 보면 10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는데, 악의적이고 조직적이라고 한다면 부처에서 소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최종 환수될 때까지 점검한다”며 “쟁점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규모가 굉장히 큰 것도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관계부처 합동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기획재정부]


지난해 적발 실적을 살펴보면 가족 간 거래, 유령회사 설립, 허위 계약 등으로 보조금을 가로챈 경우가 가장 많았다. 아들이나 친오빠 회사에 용역이나 물품 구매를 몰아주거나, 사업자가 소유한 장비에 새 라벨을 붙여 새로 구매한 것처럼 보조금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부정(392억원)과 가족 간 거래(38억8000만원)는 전체 적발 금액이 87.4%에 달했다.

보조금 사업과 관계없이 보조금을 유용한 경우도 많았다.

산업용 시제품 제작 지원금을 받고 부동산 관련 전문가 자문비를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또 연구개발(R&D) 사업에서 인건비 중복·허위 지급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일부 사업자는 자기 연봉의 380%까지 인건비를 중복 지급해 규정(연봉의 130%)을 초과했다. 한 사업자는 근무하지 않은 아들딸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저녁 행사에 쓸 술을 보조금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부정 수급 점검 대상을 역대 최대인 1만건으로 확대하고, 합동현장점검도 500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1차 점검을 바탕으로 추가 점검하는 특별현장점검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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