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내일 걱정할 처지야?…치솟는 카드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치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입력 : 2025.03.19 21:23:44
입력 : 2025.03.19 21:23:44

어려운 경기 상황에 카드론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카드사 연체율이 지난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론으로 인한 매출을 늘었지만, 연체율 증가 부실채권 비중 증가로 카드사의 지난해 순익은 0.3% 증가에 그치는 등 카드사 부담도 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4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작년 말 8개 전업카드사 연체율은 1.65%로, 전년 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1.6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현금서비스는 보험약관대출과 함께 대표적 ‘불황형 대출상품’이다. 카드사 연체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경기 악화로 서민층 삶이 그만큼 팍팍해졌음을 보여준다.
카드사 연체율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비 자체가 줄었던 2021년에는 1.09%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연체율은 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말한다. 연체율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신용카드 결제를 말하는 신용판매채권 연체율은 작년 말 0.89%인 반면 카드대출채권(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연체율은 3.38%였다. 2023년 말(3.67%)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담보가 없고,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는 취약층이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면서 “미래를 설계할 시간 없이 하루하루 버티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 늘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신용판매·카드대출 채권을 제외한 카드사 할부·리스 연체율의 증가폭은 더 컸다. 2022년 말 0.58%에서 2023년 말 1.19%로 상승했고, 작년 말에는 1.49%까지 늘었다. 이 항목의 대표적인 것이 카드사가 하는 차량 할부·리스 프로그램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차량 리스는 법인이 많다는 점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카드사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16%로 전년 말(1.14%)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카드 대출액도 증가했다. 지난해 전업카드사를 비롯한 전체 카드사 총 대출액은 104조9000억원이다. 전년보다 2조9000억원이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현금서비스는 2023년 대비 지난해 3000억원 늘어난 57조8000억원이었다. 카드론은 같은 기간 2조6000억원이 늘어 지난해 47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은행권이 대출을 억제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중소기업 및 중저신용자가 카드사로 몰렸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서 연체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카드론 증가로 수익성이 확보됐지만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카드사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910억원으로 전년(2조5823억원) 대비 0.3%(8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카드 대출은 전년 대비 4673억원 늘어났고, 고액 결제 시 일시불 대신 할부를 선호하면서 할부 카드 수수료도 같은 기간 2897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수익 증가 못지않게 비용도 늘었다. 여전채 조달을 위한 이자비용이 2023년과 비교해 지난해 5983억원이 늘었다. 카드업권에서는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후 여전채 발행금리가 여전히 4%대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또 지난해 대손비용을 전년보다 2107억원 더 썼다.
카드사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혜택 등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금융당국과 여론 추이를 봤을 때 실제 이를 이행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개편과 오프라인 간편결제 수수료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주목된다.
여전업권 관계자는 “외부 환경 악화로 카드사의 전통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건전성 관련 지표를 모니터링하며 리스크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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