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돈 묶이고 납품업체 피 마르고”…국세청, 홈플 대주주 MBK 세무조사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입력 : 2025.03.11 21:02:25
홈플러스 사태 일파만파
대금 미지급 우려도 커져


11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이 이용객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한주형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으로 인한 투자자들과 협력업체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개인투자자에게 불완전 판매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국세청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ABSTB에 4억원을 투자한 A씨(67)는 11일 매일경제에 “홈플러스라는 큰 회사의 매출채권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투자했는데 소중한 사업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E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다. 만기가 3개월로 짧고 금리는 6%대로 높아 만기 때마다 3번가량 재투자하며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런 상품을 평범한 개인이 다 알기 어렵고, 추천을 받아 설명서 딱 하나 받고 가입한 것”이라며 “MBK라는 거대 자본도 뒤에 있다고 하니 믿고 서명했다”고 말했다.

현재 ABSTB 잔액은 4019억원에 달하는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과 동시에 상환이 중단된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은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연다.

홈플러스 납품업체와 입점사들의 대금 미지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대금 지급 계획을 수립하기로 하면서 협력사들의 납품 재개가 이뤄지고 있지만 영세 납품사는 정산 지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홈플러스 납품대금 정산 주기는 45∼60일로 업계에서 가장 길다.

홈플러스 입점업체가 1월 매출 정산을 아직 못 받은 경우도 있다. 이달 첫 영업일인 지난 4일 정산금이 지급돼야 하지만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으로 지급이 불발됐다. 한 입점사 점주는 “이달 말에 대금의 일부만 지급된다고 통보받았다”며 “피가 마르는 심경”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삼성, LG 등 대기업에는 조기변제 계획서를 제공했으나 소상공인 입점업체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BK 세무조사에 대해 MBK 측은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설명했으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비정기 특별세무조사로 판단된다.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기획 세무조사 담당 조직이다. 2020년 정기 세무조사 당시에는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이 조사를 맡았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에 대해 MBK가 최근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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