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혁신과 규제의 접점 찾는 역할 하겠다” [비즈니스리더 인터뷰]

한상헌 기자(aries@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입력 : 2025.02.02 16:29:15 I 수정 : 2025.02.02 17:48:54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

규제 문제점과 해법 제시해
당국과 여론호응 끌어낼 것
인뱅 포용금융규제 개선필요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토스인사이트에서 진행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깜짝 놀랐다. 평소 알아왔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아이보리색 터틀넥 스웨터, 다크브라운의 코듀로이 자켓과 갈색 면바지에 뉴발란스 운동화까지 신고 나타난 그는 세월을 거꾸로 살고 있는 듯 했다. 정장 차림에 깔끔하게 정리된 헤어스타일의 정통 관료 이미지로만 그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놀랄만한 변화다.

작년 10월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자리를 옮긴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얘기다. 토스인사이트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해 9월에 설립한 금융경영연구소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정통 금융관료인 그가 토스인사이트로 옮긴다는 소식 자체가 화제였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직접 토스인사이트 대표직을 제안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손 대표가 금융위에서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일하던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 대표는 “금융서비스국장 시절부터 핀테크 업계를 지켜봤다”며 “토스가 업계 대표주자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토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토스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31세다. 손 대표는 정부조직에서만 31년, 한국거래소까지 더하면 총 34년을 공직부분에 있었다. 적응은 할만한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손 대표는 “각오는 하고 왔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피라미드 계층구조를 가진 정부와 다르게 토스의 의사결정 구조는 굉장히 수평적이라 빠른건 좋은데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며 “젊은 분들의 속도에 치우치다보면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잡아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손대표는 “제가 하는 말이 잔소리가 아니란 걸 납득시키려 내부 커뮤니케이션 하느라 애를 많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병두 토스인사이트대표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토스인사이트에서 목표는 분명하다. 관료로 일할 때부터 갖고 있던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

손 대표는 “혁신을 시도하다 보면 규제와 충돌할 때가 많다”며 “낡은 규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규제와 혁신의 접점은 어디인지를 연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간해 당국과 입법자들을 설득하고 여론의 호응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혁신에 나서는 느낌은 명품 차를 얻어 핸들을 잡은 사람의 기분일 것”이라며 “처음에는 액셀을 전속력으로 밟고 코너링 테스트도 해보고 싶겠지만 그러다 보면 신호 위반, 속도 위반으로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와 혁신의 균형 감각을 찾아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무질서한 혁신은 지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중심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당장 필요한 규제 완화를 묻자 다소 머뭇거렸다. 현직에 있는 후배들 얼굴이 떠오르는 표정이었다. 손 대표는 “(후배들이) ‘너무 편하게 말씀 막 하시네요’ 할 것 같다. 콕 찍으면 욕 먹겠지만 욕먹을 각오 하고 얘기하겠다”며 토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전문은행(인뱅)에 대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뱅은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을 예외적으로 완화해 적용받는다. 대신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는 30%다.

손 대표는 “인뱅은 금융지주 밑에 있는 금융사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어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규제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뱅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비롯한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다른 금융 서비스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토스는 지난해 국내 상장을 추진하다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손 대표는 “한국에 상장하면 좋겠지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향후 글로벌 진출 전략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지냈던 그답게 “우리 증시에서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고 글로벌 성장 전략도 펼칠 수 있으면 좋은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국내증시 밸류업에 대해서는 “일본처럼 중장기적으로 기다리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력]

△1964년 서울 △서울 인창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1989년 행시 33회 합격,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기재부 외화자금과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 △2020년 한국거래소 이사장 △2024년 11월~ 현재 토스인사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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