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명가에 듣는다] "돈줄 마른 기업들 유상증자 늘어날 것"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1.20 17:55:14 I 수정 : 2025.01.20 20:48:23
이충훈 삼성증권 IB1부문장
불황탓 자금조달 방식 달라져
금융벤처에 투자사업 확대해
운용자산 4천억→5천억 목표
기존사업은 '패키지딜'로 승부
M&A자문부터 금융까지 도와




◆ IB 명가에 듣는다 ◆



"경기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기업금융(IB)은 기업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사업인 만큼 이런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올해는 신기술금융사업자(신기사) 부문 신규 사업을 늘리고 패키지 딜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충훈 삼성증권 IB1부문장(부사장·사진)이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경기 악화로 중견기업의 유상증자가 늘어나는 등 IB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공개(IPO)시장도 작년보다 활기를 띨 걸로 보여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훈 부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IB1부문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96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후 기업금융, 채권, 금융공학, 부동산금융 등 IB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리스크관리본부장, IB2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5조원 규모에 달했던 KT 민영화 작업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심사체계 구축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둬왔다.

최근 삼성증권 IB1부문은 시장 내 존재감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중소 및 중견기업(SME) 관련 사업에서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다. 메자닌 발행 부문에서는 증권사 중 실적 2위를 기록하며 SME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차바이오텍의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주관을 확정하며 연초부터 대규모 실적을 예고했다. 이 부사장이 부임한 이후 첫 정기 인사는 이러한 강점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기업금융2본부장으로 승진한 장서익 본부장은 SME 사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이 부사장은 올해 확장할 신사업으로 신기사 비즈니스를 꼽았다. 이는 신기사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초기 또는 성장 단계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부사장은 "현재 4000억원 수준인 신기사 운용자산(AUM)을 올해 5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기업 생애주기에 맞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업무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증권사 IB시장에서 삼성증권은 패키지 딜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주목하고 있다. 패키지 딜이란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증자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때 SK E&S 측 자문을 맡았다. 당시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 해결을 위해 SK E&S가 2조8000억원 규모 단기 사모사채를 발행하자 해당 자금 조달의 주관을 담당한 바 있다.

이 부사장은 "IPO 주관을 맡을 때도 단순히 IPO만 보는 게 아니라 자기자본투자(PI)를 함께 진행하는 등 패키지 딜 전략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인수금융시장에서 주선액 약 2조6000억원으로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이 부사장은 "인수금융시장은 삼성증권의 강점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IPO 부문에서는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7곳을 상장시키며 입지를 넓혔다. 삼성증권은 대형 IPO에서도 DN솔루션즈,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 같은 조 단위 딜에 주관사로 참여했다. IPO시장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 부사장은 "현재 IPO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상반기 중으로 서울보증, DN솔루션즈 등 대형 딜이 나올 예정이어서 올해 IPO시장은 유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IB 조직은 경쟁사와 달리 개편 없이 인력 강화에 집중하며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현재 조직이 안정화돼 있어 시장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유리한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조직 개편 없이도 큰 성과를 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증권이 IB시장에서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톱티어 하우스'로 자리매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고객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삼성증권이 IB를 잘한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고 싶다. 성공적인 딜과 숫자로 시장에 우리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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