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낙₩' 급한 불부터 끈 한은 "경기만 보면 금리인하가 당연"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1.16 17:29:56 I 수정 : 2025.01.16 18:07:34
기준금리 3%로 동결
이창용 총재 "계엄사태 여파
경제 성장률 전망치 낮춰야"
경기침체 위기감 피력했지만
원화값 방어 위해 '동결' 선택
물가 자극·자본 이탈 공포감
내달엔 인하 가능성 높아




◆ 한은 기준금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 내내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을 피력했다. 이 총재의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 금리를 인하한 후의 설명처럼 들렸다. 그만큼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은 시점이었지만 정국 불안과 급락한 원화값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모든 금융통화위원이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다음달 25일에 열리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9%로 예상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이미 정부가 이달 초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한 만큼 한은의 하향 조정은 기정사실이며 조정 폭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 총재는 "신용카드 사용액을 살펴보면 내수 소비가 예상했던 것보다 떨어졌고 건설경기가 많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2%를 밑돌 수도 있다"며 앞서 0.4%로 전망했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1.3% 깜짝 성장을 기록한 이후 2분기에 -0.2%로 뒷걸음쳤다. 3분기에는 불과 0.1% 반등에 그쳤는데, 4분기 역시 0.1%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비상계엄 국면 시작 전인 지난해 11월만 해도 4분기에 0.5% 성장을 예상했다.



이 총재는 현 상황이 경기 하강 국면임을 강조하며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의지를 보였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기준금리 전망에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인하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며, 조정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기준금리가 시장금리 등과 비교해 여전히 다소 통화 긴축적 수준인 만큼 한은은 2월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한은 금리 인하 사이클은 출발이 늦었다"며 "2월에는 꼭 내려야 하며, 연말까지 2.5%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경기 하방 압력이 뚜렷한 상황에서도 한은이 이날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원화값 급락으로 물가가 자극을 받을 수 있고, 한미 간 금리 격차로 자본 이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70원대에서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기존 예상치인 1.9%에서 2.05%로 오를 것"이라며 "물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뿐 아니라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가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 활황과 물가 상승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동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연준이 (올해) 세 번 정도 낮출 것으로 예상했는데, 미국 시장에서 (인하 횟수가) '한 번이냐 0번이냐' 하고 있고, 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연준이 추가 인하를 늦출 경우 한은으로서도 금리 인하 여력이 줄게 되고, 자칫 인상 국면으로 전환되면 한은의 인하 공간이 닫힐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다음달에도 꼭 금리를 내린다고 볼 수는 없다"며 "미국 물가 오름세가 강해지면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2%포인트에 육박하는 한미 간 금리 차도 부담이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연 4.8%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자칫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 자본 시장에서 해외 투자금이 이탈해 원화값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만히 있어도 달러가 강세가 될 수 있는데, 금리까지 내리면 원화 약세가 심해지는 게 문제"라며 "한은이 금리를 내릴 여력이 많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올해 원화값 방어 구원투수로 등장한 국민연금의 환헤지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국민연금 해외 자산의 10% 수준인 480억달러 규모의 환헤지 물량이 순차적으로 외환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원화값 안정 효과를 내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강달러에 따른 고수익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계속 원화가 평가절하되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올라가겠지만 이는 미실현 수익률일 뿐이며 향후 환율 변동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국민연금처럼 대규모 장기투자자는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라갔을 때 일정 부분 수익을 실현시키는 게 수익률 극대화에 좋다"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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