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MM 2100억·팬오션 1750억…'탄소세 폭탄' 덮친 해운업계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5.07.29 18:04:32 I 수정 : 2025.07.29 22:30:10
탄소부과금 2030년 年1.4조
선박 연료·배출량 따라 차등
EU 분담금 수천억원은 별도
친환경 선박 비중 5.9% 불과
대체연료 확보도 '산 넘어 산'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발표 이후 국내 해운사들이 친환경 전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분담금의 상승 속도, 이미 시작된 유럽연합(EU)의 부과금에 부담이 더해진다는 점, 국내 선사들의 친환경 전환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특히 걱정이 크다.

국내 A해운사는 최근 탄소 부과금을 계산하는 데 진을 빼고 있다. 지난 4월 IMO가 선박의 연료 종류와 배출량 수준에 따라 내야 할 부과금 액수를 밝히면서 2028년부터 매년 수백억 원의 부과금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A사 관계자는 "총 연료 사용량, 연료 종류 등에 따라 부과금 계산식이 달라진다"며 "부과금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IMO 중기조치 초안이 승인된 4월 해양수산부는 2023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국내 선사들이 내야 할 부과금을 '수천억 원' 규모로 언급했다.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분석 결과 2028년 7000억원 수준인 국내 선사 부과금은 2년 사이에 1조4000억원 수준으로 100% 가까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이미 지난해부터 관련 규제를 시작했다. 작년에 배출권거래제(ETS)를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퓨얼 EU 마리타임(Fuel EU Maritime)' 규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탄소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유럽을 기항하는 한국 국적 선박 약 173척이 부담해야 할 연간 탄소 비용을 올해 약 17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 금액은 2030년 약 2200억원, 2040년 5000억원, 2050년에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IMO 규제가 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선사의 준비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 선사들이 운영하는 전체 선대에서 친환경 선박 비중은 5.9%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친환경 선박을 신규 발주해도 주요 조선소의 신조 슬롯이 이미 2028년 이후로 밀려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건조에는 평균 2~3년이 소요돼 지금 발주해도 실제 인도는 2030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친환경 전환의 핵심인 대체 연료 공급도 부족하다. 박정석 한국해운협회 회장은 4월 부산에서 열린 '아워오션 콘퍼런스'에서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은 대체 연료인데, 해운산업에 공급될 수 있는 연료가 심각하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3년 기준 해운산업이 필요로 하는 친환경 연료만 해도 4800만t인데, 전 산업을 통틀어도 현재 총 공급량이 6300만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체 연료의 가용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국제사회가 협력해 지속가능한 연료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중규모 선사들의 전환 수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과 대체 연료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단기적으로는 선박 규모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혼합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재화 중량 10만t 이상의 대형 선박은 연료탱크 및 장비 설치 공간이 충분해 액화천연가스(LNG)가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며 5만t 전후인 중형 선박은 설치 공간과 연료 수급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바이오디젤, LNG가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후 선박은 별도의 개조 없이도 사용 가능한 바이오디젤이 유일한 실질적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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