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볼지도] 고수온에 황금조개된 천수만 새조개…올해 수확량 '0'
지난해 역대 최장 고수온에 새조개 전멸…22년 전통 축제도 반쪽 종료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 새조개 축제식 양식 기술 개발 속도
한종구
입력 : 2025.07.19 07:11:00
입력 : 2025.07.19 07:11:00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새조개는 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백질, 철분, 타우린, 필수 아미노산 등 영양이 풍부하고 비싼 가격 탓에 '귀족 조개'라고도 불린다.
겨울이 물러가는 2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다.
특히 천수만 새조개는 살이 통통하고 쫄깃한 식감에 감칠맛이 일품이어서 다른 지역의 새조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매년 봄이면 새조개 산지로 알려진 충남 홍성 남당항 일대는 새조개를 즐기려는 미식가들로 북적거린다.
그러나 올해는 이 풍경이 모두 사라졌다.
어민들이 새조개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15일 남당항 초입에서 만난 어민 김모(65) 씨는 새조개 이야기를 꺼내자 인상부터 찌푸렸다.
그는 "살다 살다 올해처럼 새조개를 못 잡은 해는 처음"이라며 "그물을 끌어봐야 껍데기만 올라오니까 조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는커녕 기름값도 못 건지는데 누가 조업을 나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새조개 실종의 주된 요인은 바다 수온 상승이다.
양식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새조개는 보통 5월이 산란기로, 여름을 거쳐 겨울이 되면 6∼7㎝ 크기로 자란다.
수온 15∼25도에서 자라고 수온이 30도가 넘어가면 폐사가 시작된다.
그런데 지난해 천수만 해역의 수온은 연일 30도를 넘나들었다.
수온이 28도를 넘어가면 발령하는 고수온 특보가 지난해 여름 71일 동안 계속되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민들은 지난해 여름 고수온으로 남당항 일대 새조개의 70%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성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홍성 앞바다에서는 평균 50t가량의 새조개를 건져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홍성군의 공식적인 새조개 수확량은 '0'이다.
일부 어민이 소규모로 잡은 물량만 있을 뿐이다.
물량이 사라지자 가격도 폭등했다.
지난해 식당에서 1㎏에 8만원이던 새조개 샤부샤부는 올해는 2배 가까운 14만원까지 치솟았다.
홍성군은 새조개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올해로 22년째인 '새조개 축제'의 명칭을 '남당항 새조개와 함께하는 수산물 축제'로 바꿨다.
새조개 축제 때 식당에서 새조개 외에도 다른 수산물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축제의 명칭을 바꾼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에 당초 두 달간 열릴 예정이던 축제는 새조개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주 만에 조기 종료했다.
남당항에서 10여년째 새조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64) 씨는 "새조개는 없는데 새조개 축제를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며 "손님들은 비싼 새조개 값에 깜짝 놀라고 식당에서는 웃돈을 줘도 새조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올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3일 오후 6시 충남 서해안 천수만과 가로림만 등 서·남해 제주 연안의 23개 해역에 고수온 예비특보를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약 일주일 빠르게 예비특보가 발표된 것이다.
어민들은 올여름에도 폭염이 계속된다면 내년 봄에도 새조개 구경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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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새조개 완전 양식을 위한 축제(築堤)식 양식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기술은 새조개 양식 완성을 위한 최종 단계로, 새조개 종자를 먹을 수 있는 크기로 키우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양식장 환경과 수온 변화 등에 따른 새조개 생육 변화 등을 살피며 최적의 양식 기술을 찾을 계획이다.
아울러 육상에서 새조개를 기른 뒤 폭염이 물러가는 9월 이후 새조개를 바다에 방류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앞서 수산자원연구소는 2016년 새조개 모패를 활용한 인공부화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19년 인공 산란 유도를 통해 새조개 종자를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는 "새조개 양식의 가장 큰 난제인 대량 인공 종묘 생산 기술을 이미 확보한 만큼, 시험 양식까지 성공하면 새조개를 저비용으로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jkh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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