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띄우니 우리가 애물단지”…중복 논란 확산되는 온누리상품권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7.18 21:26:56 I 수정 : 2025.07.18 21:31:57
지역화폐는 정부·국회 지원에
소상공인 핵심정책으로 부상
온누리는 발행목표 절반 뚝

정부 “온누리상품권 재검토”
학계선 제도 통합 필요성 지적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새 정부가 지역화폐를 소상공인 지원의 핵심 정책 수단으로 내세우면서, 지난 정부가 힘을 실었던 온누리상품권이 정책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예산은 매년 늘고 있지만 발행 실적은 좀처럼 목표에 못 미치고 있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둔 재정당국도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방향성을 잃은 채 정책 전환기의 경계에 선 온누리상품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정부의 다음 선택 과제가 되고 있다.

18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를 위한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올해는 5조5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목표로 약 39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고, 요구안이 반영될 경우 최소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점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상품권으로, 정부가 5~10% 할인율을 보전해 소비자들이 싸게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온누리상품권의 발행 목표치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2020년 2조5000억원에서 시작해 2021년 3조원, 2022년 3조5000억원, 2023년 4조원, 작년엔 5조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5조5000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예산 증가폭만큼 따라주지 않고 있다. 2022년에는 목표 대비 76% 수준인 2조6851억원이 판매됐고, 2023년은 71%(2조8500억원), 지난해에도 86%(4조2900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약 2조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하반기에도 큰 반전이 없다면 4년 연속 목표 미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발행액이 ‘반짝’ 끌어올려진 것 역시 추석을 앞두고 한시적으로 할인율을 5%포인트 상향하고 사용 제한 업종도 40종에서 28종으로 줄이는 등 진작책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발행액은 증가했지만 정부 보전 예산도 함께 소진되면서 정책 효율성도 낮아졌다.

이 가운데 정책의 추는 유사한 지원책인 지역화폐로 기울고 있다.

지역화폐는 각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발행하고 정부가 할인율의 일부를 국비로 보전하는 구조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등 소상공인 지원 수단이지만, 사용처가 지자체 내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온누리상품권과는 다르다.

지난 정부는 지역화폐보다 온누리상품권에 정책적 무게가 실렸다. 지난해 기재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는 바뀌었다. 지역화폐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만큼 소상공인 정책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재부는 지난 4월 1차 추가경정예산에선 소상공인 환급 정책인 ‘상생페이백’의 지급 수단으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했지만, 이재명 정부의 2차 추경에선 민생안정 소비쿠폰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추경에 포함된 12조원 규모 소비쿠폰 중 절반이 지역화폐로 지급된다면 온누리상품권의 올해 발행 목표치인 5조5000억원을 넘는 6조원이 시장에 풀리는 셈이다.

홍성사랑상품권 [사진 제공 = 홍성군]
국회도 지역화폐에 힘을 싣고 있다. 여당 주도로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 10일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지역화폐는 사실상 국가 차원의 소상공인 지원 수단으로 위상을 굳히게 된다.

중기부는 두 제도는 역할과 취지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지역화폐의 목적이 있고 온누리상품권은 그 나름의 도입 취지와 목적이 있다”며 “1차 추경을 통해서 디지털 상품권에 대해 10%를 환급하고 사용처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발행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신중한 태도다. 지역화폐와의 기능 중복, 예산 불용 우려, 실적 저조 등으로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선뜻 늘리긴 어렵지만, 대통령 공약 사항에 발행 확대와 사용처 확장이 명시돼 있는 만큼 정책적 판단이 쉽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발행 규모를 무한정 확대할 순 없지만 공약 사항인 점을 고려해 원점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제도가 정책 목표와 대상이 유사한 만큼, 중복과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통합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달 초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선 여당 측에서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통합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이란 측면에서 정책 목표가 유사하기 때문에 개별 지자체가 발행할수록 행정적 비효율이 커진다”며 “장기적으로는 정책을 일원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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