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주려 장학금 깎았다?…‘민생예산 삭감’ 속사정 따져보니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입력 : 2025.07.12 17:54:05 I 수정 : 2025.07.12 19:52:05
입력 : 2025.07.12 17:54:05 I 수정 : 2025.07.12 19:52:05

국가장학금 4400억·기초연금 3289억 줄어
수요 마감·물가 하향 등 불용 예산 중심 감액
1.9조 감액된 교육교부금은 2년내 정산해야
수요 마감·물가 하향 등 불용 예산 중심 감액
1.9조 감액된 교육교부금은 2년내 정산해야
새 정부가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을 골자로 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면서 5조30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자 야권 등 일각에선 ‘민생 예산을 깎아 소비성 정책에 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항목별 사정을 따져보면 상당수는 사실상 불용이 확정된 재원을 재조정한 것으로 단순한 민생예산 삭감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관가에 따르며, 정부는 이재명 정부 첫 추경을 편성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5조2722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 배정된 정부 사업중 필요성이 떨어진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다. 당초 예상보다 세입이 10조원 넘게 줄어들고, 추가 지출은 20조원 늘어나는만큼 올해 ‘불용’되는 예산을 최소화해 지출을 줄인다는 취지다.
문제는 삭감 항목을 놓고 ‘민생 예산을 깎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점이다. 기초연금과 국가장학금 등 청년·고령층에게 돌아가는 지원사업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른바 ‘민생 예산 구조조정’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 측 설명에도 일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당수가 연중 불용이 확정되거나 예측 가능한 항목을 중심으로 정리된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조정의 대표적 감액 항목은 국가장학금 예산이다. 기획재정부는 해당 사업 예산을 약 4400억원 감액했는데, 이는 2학기 장학금 신청이 지난달 이미 마감되면서 실집행이 불가능한 불용 예산을 줄인 결과다. 국가장학금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신청을 받는 구조로, 학기별 신청 마감 이후 예산 소진 규모가 거의 확정되는 특성이 있다. 2학기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적었던 만큼 남은 예산을 조정한 셈이다.
기초연금도 유사한 맥락이다. 이번 추경에서 3289억원 감액된 기초연금 예산 역시 수급자 수와 지급 단가, 물가상승률 등으로 산정되는 구조다. 올해 수급자 수는 이미 3월까지 대부분 확정됐고, 정부가 당초 예산안 편성 시 전제했던 물가상승률(2.6%)이 실제보다 높았던 탓에 일부 예산이 불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현재 2.3% 수준으로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물가 상승률을 높이 잡은 배경엔 기재부 관계자는 “연초 예산을 편성할 때 향후 경기나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다소 보수적인 추계를 세운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과 재작년 기초연금 예산 불용액은 각각 3904억원과 3306억원이었다.
또 하나의 감액 대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전체 맥락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세입경정으로 10조 3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반영하면서 이에 따라 자동으로 1조 9000억원의 교부금을 줄였다. 교부금은 중앙정부 세입에서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이 배정되는 법정 지출 항목으로 별도 판단 없이 세입 감소와 함께 연동 감액된 것이다. 이를 두곤 일각에서는 “교육 취약계층 프로그램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지만, 지난해 기준 쌓여있는 교육교부금 총액이 69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본 예산대비 미지급된 교부금은 최대 2년 내에 전액 지급해야 한다. 즉 올해 내려보내지 못한 교부금은 2027년까지 정산이 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할부성 지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삭감된 예산 상당수는 불용이 예정된 항목이라는 점에서 이번 추경에서의 지출구조조정이 민생예산 축소로만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세입 추계 실패와 구조조정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 공방 속에서 계속 검증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반복된 세수결손 이후 재정 운영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가 남은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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