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에…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포기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입력 : 2025.07.03 17:23:31 I 수정 : 2025.07.03 19:27:39
3천억원 규모 자사주 교환채권
주주가치 훼손우려에 강행 중단
한국투자증권도 인수철회 결정
금감원·소액주주 반발 거세고
새정부 정책에도 반해 부담감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담보로 추진하던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제동과 투자 업계 반발이 이어지면서 발행을 강행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반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조치를 시도하다가 결국 백기 투항한 것으로 해석된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압박 속에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EB 인수 예정자였던 한국투자증권도 내부 검토 끝에 전날 EB 인수 참여를 최종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의 EB 발행 추진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번 결정엔 금융당국의 조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은 EB 발행과 관련해 태광산업과 한국투자증권을 잇달아 호출하며 강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인수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금감원에 보고했고, 태광산업 역시 이 사실을 금감원에 공식 확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EB 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태광산업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을 담보로 E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같은 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EB 발행 중단을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하며 반기를 들었다.

금감원도 이달 1일 태광산업의 자사주 처분과 교환사채권 발행 결정에 대해 정정 공시 명령을 내렸다. 금감원은 두 공시에 처분과 발행 상대방에 대해 정확히 기재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태광산업은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EB 발행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소액주주연대는 같은 날 태광산업이 현저히 저평가된 교환가격으로 처분을 결정했다며 EB 발행 관련 안건에 찬성한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죄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결국 태광산업은 전날 EB 발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태광산업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올 때까지 후속 절차를 유보한 뒤 결정 이후에도 곧바로 발행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본 뒤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가처분 신청 대상에 지난 1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EB 처분 대상자 확정 건도 포함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다만 태광산업은 신규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준비는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전날 태광산업의 EB 인수 심의 절차를 거치던 중 태광산업이 발행 중단을 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정유정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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