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립스틱·치마길이가 알려주는 경기

김지훈

입력 : 2025.06.18 06:31:00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를 이끌었던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이른바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를 창안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립스틱 판매량이 경기와 반비례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경기가 불황일때 고가의 화장품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립스틱 같은 화장품의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9.11 테러때 립스틱 판매가 11% 늘었고 대공황때도 화장품 전체 판매가 25% 증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들으면 황당해 보이고 신뢰성에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나름 시사용어 사전에도 오른 경제용어다.

서울 시내 백화점에 전시된 립스틱.

[연합뉴스 자료사진]


찾아보니 이런 류의 용어는 한둘이 아니다.

경기와 여성 치마 길이의 상관관계를 연결한 헴라인(Hemline·치마끝단) 지수나 하이힐 지수도 있다.

불황일수록 소주 판매가 증가한다는 속설도 있고 남성 셔츠의 옷깃 모양이나 버려진 담배꽁초의 길이 등 별의별 관찰 포인트가 얘깃거리로 회자된다.

심지어 미국 통화정책의 마에스트로(거장)라고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 의장도 금리 결정전에 동네 쓰레기통을 살펴보거나 세탁소 손님 수를 관찰했다는 얘기도 있다.

세월이 흐르고 소비자들의 기호나 행동양식도 변하면서 이런 비공식 민간 지표들의 정확도는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시절엔 불황에도 립스틱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사회적 변화와 예측하기 힘든 돌발 변수의 영향도 작용했다.

다만 이런 지표들의 정확도나 경기와의 상관관계는 떨어질지 몰라도 경기 동향에 있어서 심리적 요소의 중요성과 반영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뉴스심리지수나 경제불확실성지수 등 참고 지표로 활용할만한 지표들이 추가로 개발돼 산출되고 있다.

소주ㆍ라면 '불황형 브랜드' 가치 상승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불황형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했다.브랜드스탁은 3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평가 결과 신라면이 전 분기 대비 한 계단 오른 5위, 참이슬은 13계단 오른 14위를 차지했다.사진은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2022.10.3 mjkang@yna.co.kr

경기 동향엔 경제주체인 개인·기업의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므로 그동안 소비·투자 등과 관련한 심리 변화를 분석하고 관찰해 경기 흐름을 파악하려는 연구와 시도는 다양하게 전개돼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도 경제활동의 주체인 소비자나 기업들이 경기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지 직접 물어보는 설문 형식을 통해 지수를 만들고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들이다.

사실 경제 뉴스에서 수출과 성장률부터 어음부도율이나 대출 연체율까지 각종 숫자와 지표를 중시하고 주목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식수치와 지표를 기반으로 한 경기동향의 파악이나 예측이 항상 정확했던 것만도 아니었으니 비공식 민간지표나 속설의 정확도를 마냥 무시할 일도 아니다.

이런 비공식 민간 지표나 속설도 우리 사회 내 다양한 현상과 지표를 통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려는 시도 정도로 이해하고 참고하면 될 일이다.

시대변화를 반영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면 앞으로는 립스틱 지수 대신 AI 활용지수나 휴대전화 사용지수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hoon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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