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60년] ⑤ 달라진 미래세대…日 소도시까지 훑는 한국 청년
"일본만 9번, 소통은 번역기로"·"부산보다 가까워…자전거 타고 맛집 탐방"여행으로 잇는 한일…전문가 "청년들, 한일 대등 인식에 역사와 여행 분리"
최윤선
입력 : 2025.06.15 07:01:11
입력 : 2025.06.15 07:01:11

(영종도=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젊은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사가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2025.6.15 ysc@yna.co.kr
(아리타<일본 사가현>=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아리타 여행은 처음인데 기대돼요.
시골 마을이라 소통이 걱정되지만 번역기를 써서 그릇 쇼핑에 도전하려고요." 지난 4일 일본 규슈 사가현 카미아리타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민영(24)씨는 일본 여행만 9번째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유튜브에서 일본 소도시 여행 영상을 보고 오게 됐다"며 "후쿠오카까지 기차로 1시간밖에 안 걸려 하루는 쇼핑하러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많은 한국 청년이 도쿄, 오사카 같은 잘 알려진 대도시를 넘어 일본의 소도시로 여행지를 넓히고 있다.
여러 번 일본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과 경험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322만7천800명으로, 중국(313만200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로도 전년 대비 26.7% 증가한 882만명으로 국가별 최다였다.
이 중 2∼3번째 방문이 35.5%, 4∼9번째 방문이 30.5%에 달할 정도로 재방문 비율도 높다.

(아리타<일본 사가현>=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규슈 사가현 아리타에 있는 스에야마 신사 전경.이 신사는 조선 출신 도공 이삼평을 신으로 기린다.2025.6.15 ysc@yna.co.kr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에서 약 90km 떨어진 인구 2만명의 아리타에도 한국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리타 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은 362명으로 지난 한 해 단체 관광객(437명)을 곧 뛰어넘는다.
협회 관계자는 "개별 여행객까지 포함하면 실제 방문자는 훨씬 많다"고 전했다.
아리타는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장소다.
이 지역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도공 이삼평·백파선 등이 일본 최초로 백자를 생산한 곳이다.
조선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장소지만 동시에 한일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씨앗이 뿌려진 터전이기도 하다.
아리타역부터 카미아리타역까지 3㎞가량 이어지는 아리타 중심지인 우치야마 지구(중요 전통 건조물 보존 지구)에는 이마에몬·카키에몬 등 일본 국보로 지정된 가마부터 500여 개의 도자기 가게가 늘어서 있다.
마을 한가운데 언덕에는 아리타 도자기의 시조이자 신으로까지 추대된 이삼평을 신으로 기리는 스에야마 신사와 이삼평 기념비가 자리해 한국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통한다.
한때 포로로 잡혀 온 조선인 도공이 일본 현지에 적응해 마침내 '도자기의 신'으로까지 추앙받는 모습은 굽이굽이 굴곡진 역사 속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스에야마 신사에서는 청기로 제작된 도리이(신사 입구에 세우는 문)도 볼 수 있다.
아리타에서 카페와 도자기 사업을 하는 이슬기(45)씨는 "도자기에 관심 있거나 한적한 시골을 산책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5월 아리타 도자기 축제 때는 방문객이 급증한다"고 말했다.
인근 다케오 온천이나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등도 청년들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교통이 편리해 마을 간 이동이 쉽고 동네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아리타<일본 사가현>=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언덕에서 내려다본 아리타 마을 전경.2025.6.15 ysc@yna.co.kr
실제로 지난 5일 아리타에서 30분 거리인 사가시 버스터미널은 여행 온 한국 청년들로 붐볐다.
2박 3일 일정으로 사가를 찾은 박모(34)씨는 "인천에서 사가 공항까지 1시간 30분으로, 서울-부산보다 가깝다"며 "자전거 타고 맛집 탐방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운이 좋으면 인천-사가 왕복 항공권을 7만 원대에 예약할 수 있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터미널과 맞닿은 사가역 앞에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삼겹살을 주메뉴로 하는 음식점이 관광객을 맞이했다.
한글로 '배 안고파요?'라는 문구가 써진 유리문이 열리자 직원들은 "어서 오세요"라고 외쳤다.
가게 안에도 '하태하태' 등 우리말로 된 소품 인테리어가 걸려있는 '한국풍' 식당이다.
내부의 손님 상당수는 일본 현지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문화와 역사를 구분해 실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관광을 통해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일본을 선진국으로 인식하며 열등감을 느꼈지만, 요즘 청년들은 일본이 한국과 대등하다고 본다.
그래서 편견 없이 일본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한다"고 진단했다.
일제 강점기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부모·조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역사의 아픔과 일제의 잔재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4050 기성세대가 과거사 문제로 일본에 비판적이라면, 2030 청년층은 일본에 대한 호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일 양국의 생활과 문화가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엔화 약세로 가성비 높은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일본 방문이 잦아졌고, 차별화된 경험을 위해 소도시까지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도 "한국 젊은 층은 여행을 통한 문화 체험과 역사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며 "일본에서의 긍정적 경험이 일본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사가=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역 앞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메뉴를 고르고 있다.가게 내부는 한국어 문구 등으로 꾸며졌다.2025.6.15 ysc@yna.co.kr
ysc@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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