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데이터센터 붐 폭염까지 겹쳐 도매가 급등 "4년간 전력 70%부족" 전망 'SMR 대장주' 오클로 강세 올들어 주가 3배 뜀박질 생산·장비업체도 동반호조
올해 미국 증시에서 전력·에너지 관련주가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대표 기업 주가는 2~3배 상승했다. 미국 인공지능(AI)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들은 에너지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다가오는 전력 부족 시대에 대비하고 나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뉴욕증시에서 전기에너지 생산기업 주가가 S&P500지수 수익률을 웃돌았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콘스텔레이션에너지 주가는 올 들어 22.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비스트라에너지와 NRG에너지는 각각 16.1%, 63.92% 올랐다. 전력 수요 상승의 직접적 수혜를 받는 이들 기업은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1.85%)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전기요금 보장제가 아닌, 시장 가격에 연동하는 '머천트 파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력 소비 확대 국면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큰 것이다.
전력주 상승세는 미국 증시에서 유틸리티 섹터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분류하는 미국 주식 11개 주요 업종 중에서 유틸리티지수는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5.98%)을 보였다.
에너지 장비를 제조하는 GE버노바는 올 들어 주가가 41.16% 상승했다. 핵연료를 정제·공급하는 센트러스에너지는 올해 119.1% 급등했다.
전력 부족 시대의 차세대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SMR 기업 주가도 폭등세다. 오클로와 뉴스케일파워는 올해 각각 191.35%, 119.2% 상승했다.
AI 학습과 추론용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센터는 2025~2028년 총 65기가와트(GW)의 전력을 소비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 중 70%에 달하는 45GW에 대한 전력 공급이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의 전기 도매가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미국 PJM(펜실베이니아·뉴저지·메릴랜드주)인터커넥션의 2025~2026년 전력 경매에서 전년보다 가격이 833% 뛰어올랐다. 올해 7월에 이뤄지는 2026~2027년 전력 경매에서도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주요 에너지 기업과 발 빠르게 협력하고 있다. 메타는 이달 3일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계약을 체결해 향후 20년간 원자력 에너지를 공급받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 9월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20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가동이 중단된 스리마일섬 원전을 되살려 마이크로소프트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편, SMR시장은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완공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원전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영국에선 고급 자동차 기업 롤스로이스가 SMR시장을 선점하는 모양새다. 롤스로이스는 영국원자력청과 계약을 체결해 영국 최초의 SMR을 건설할 예정이다. SMR 사업의 확장에 힘입어 영국 증시에서 롤스로이스 주가는 올 들어 48.33% 올랐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출시된 SMR 집중 투자 상장지수펀드(ETF)가 개인투자자들 관심을 받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원자력SMR'은 지난달 20일 상장된 이후 19.54%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장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300억원 이상 몰리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 측은 "차세대 원전인 SMR을 원하는 수요처가 뚜렷하다"며 "AI 데이터센터 확충, 에너지 안보 경쟁 등에 따른 SMR 상용화와 정책 지원이 SMR 테마의 주요 모멘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