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천장 또 뚫릴라" 기대감 …주담대에 마통까지 끌어썼다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입력 : 2025.06.15 17:56:13 I 수정 : 2025.06.15 18:00:32
DSR규제확대 전 막차 수요에
새정부 출범·금리인하 겹쳐
비대면 주담대 1초만에 마감
은행 창구선 대출상담 긴줄
노도강까지 신고가 쏟아져
당국, 16일 은행권 긴급회의
농협·SC제일銀 현장점검도




◆ 가계대출 ◆

AI 이미지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어떻게든 이달에 대출을 신청하려고요."

무주택자로 서울 시내 신규 아파트 청약을 기다리던 40대 A씨는 지난주 부동산 중개업소를 수없이 돌다 은평구의 한 아파트 매수를 결정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다. 이후 은행을 찾아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은 그는 다음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이 예정돼 있어 이달 중 대출을 신청해야 한도를 2000만~3000만원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졌다. 한 은행에서 비대면 대출이 금리가 더 낮다고 안내받았지만, '1초 컷'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는 터라 불안감이 커졌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에서 시작된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외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연일 신고가가 쏟아진다는 뉴스에 '영끌(영혼까지 한도를 끌어모음) 대출'이 폭증하는 양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들어 12일까지 가계대출은 2조원가량 늘어났다. 불과 7영업일 만에 나타난 상황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지난달에 이어 6월에도 가계대출이 5조원 넘게 늘어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으로 한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6월에는 특히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가계대출 증가분 2조원 가운데 1조4000억원가량은 주담대에서 나왔다.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밀려드는 주담대 신청에 관련 인력을 늘리거나 일일 접수 건수 제한까지 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밀려드는 비대면 주담대 신청을 감당하지 못해 하루 150건으로 대폭 제한했다가 최근 인력 등을 보완하며 500건으로 늘렸다.

가계대출 증가분 중 6000억원가량은 신용대출에서 비롯됐다. 신용대출은 지난 4월과 5월에도 8000억원대씩 증가했다. 이달에도 2주가 채 안 되는 기간 6002억원이 늘어났는데, 증가폭은 월말로 가면서 더 확대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주담대 한도가 모자라 받는 사람도 있다"면서 "7월 대출 한도가 전체적으로 줄어들 것이니 심사가 비교적 간단한 '마이너스통장'을 선제적으로 뚫어두거나 금리가 낮을 때 신용대출을 미리 받아두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들어 확 낮아진 금리가 대출 접근성을 높였다는 해석도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5대 시중은행에서 소비자가 받은 주담대 평균 금리는 4%대 중후반이었지만, 지난 5월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월에는 이것이 3%대 후반~4%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자는 대출을 받는 데 부담을 덜 느끼게 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도 영끌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아파트 시세 상승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일 정도로 과열이 심했던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불이 붙더니 마포·성동구로 확대됐고 이제는 노원·성북·은평구 등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가 분명히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성북·은평·노원·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값은 6월 들어 계속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성북구에서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5월 셋째 주(19일 기준) 0.07%에서 6월 둘째 주(9일 기준) 0.13%까지 4주 연속 상승했다. 은평구도 같은 기간 0.04%에서 0.09%로, 노원구와 강북구는 0%에서 각각 0.07%와 0.06%까지 올랐다.

성북구 장위동에 1700여 가구로 조성된 꿈의숲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6일 12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점을 돌파했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센트럴푸르지오 전용 104㎡는 지난 5일 14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2023년 직전 거래보다 7억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부동산 시장과 대출 시장이 일제히 과열되자 정부와 금융당국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전 은행권의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긴급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하거나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에 나선 은행은 이 자리에서 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당국은 가계대출 목표치를 많이 넘긴 은행에 대해선 추가로 대출 목표 이행계획서를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또 최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등에서 가계대출이 당초 제출한 계획보다 많이 늘었다고 판단해 이들 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도 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등에서는 규제지역 재지정 등 수요 억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규제 신호가 오히려 수요자 불안을 자극해 매수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직접적인 규제만큼 기대심리 억제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극한으로 과열됐던 2020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2년간 기대심리가 2020년 4월 수준에서 유지됐다면 2022년 5월 주택가격 상승폭은 실제 상승률(2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에 그쳤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어려운 국내 경기 상황을 감안해 금리 인하 기조에 있는 가운데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박재영 기자 / 전경운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6.16 05:27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