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 이치로 BCG 아태 PIPE 총괄의 3가지 조언 ② 비효율적 사업 당장 중단 ③ 모자회사 중복상장 금물
◆ 떠오르는 주주관여 펀드 ◆
"주주관여(인게이지먼트) 펀드는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빠르게 경영진을 자극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전통적인 행동주의는 너무 극단적이고, 대형 사모펀드는 경영권 인수를 통한 투자 회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과 대조적이다."
가쿠 이치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아시아태평양·일본 PIPE(Principal Investors·Private Equity) 총괄(매니징디렉터·시니어파트너)은 최근 서울 중구 BCG 서울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행동주의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주주관여주의 펀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자본 비효율적인 사업을 중단하며 △경영진이 펀드처럼 선제적으로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또 공격의 빌미를 주는 모자회사 중복 상장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가쿠 총괄이 이끄는 BCG PIPE 조직은 칼라일, 블랙스톤, 베인캐피털과 같은 글로벌 사모펀드와 일본계 주요 사모펀드를 위한 딜 소싱, 기업 실사, 포트폴리오사 가치 창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주도하는 또 다른 조직인 기업 금융·전략 조직은 일본 대기업에 인수·합병(M&A) 자문을 제공한다. 가쿠 총괄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일본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의 행동주의 펀드 대응을 지원했다. 이 기간 행동주의가 똑똑하고 정교하게 진화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가쿠 총괄은 "과거 행동주의가 무작정 배당 확대, 부동산 등 유휴자산 매각을 공격적으로 요구해왔다면, 오늘날에는 보다 우호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고 짚었다.
가쿠 총괄은 기업 경영진이 행동주의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열쇠가 의사결정 속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진도 기본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진이 선제적으로 기업문화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가쿠 총괄은 "히타치, 소니 같은 일본의 위대한 기업 경영진은 스스로 마치 사모펀드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현재 보유한 자산을 계속 가져가는 게 맞는지 아닌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쿠 총괄은 향후 한국 자본시장에 만연한 모자회사 중복 상장이 글로벌 행동주의에 빌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글로벌 펀드가 일부 기업집단의 비핵심 상장 자회사 인수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히타치, 소니 외에도 섬유·화학기업 데이진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핵심 사업 집중을 위해 일부 자회사를 매각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쿠 총괄은 "해당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경영진이 설명할 수 없다면 해당 사업을 소유해선 안 된다"며 "해당 사업군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 등을 지속해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