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좌표 찍고 달려간다

SNS서 입소문 탄 노점에 '오픈런' 등 손님 몰려호떡·달고나·혁필화·수세미 등에 외국인도 줄 젊은층, 핫한 노점 경험을 일상 속 '보물 찾기'로 여겨
김유진

입력 : 2025.06.08 07:00:06


남대문 시장 호떡 노점
[네이버 블로그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남대문시장 초입의 한 호떡 노점 앞.

20여명의 손님이 길게 줄을 서자 노점 상인은 줄을 정돈하며 질서를 유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낮 최고 기온 26도의 더운 날씨였지만 호떡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호떡은 야채, 꿀 씨앗, 단팥 등 세 가지 맛이 각각 2천500원.

약 40분 지켜보는 동안 80여명의 손님이 호떡을 사 갔다.

호떡 노점 상인 A씨는 "날씨가 더워져서 이것도 손님이 줄어든 것"이라며 "평소라면 이 줄의 세 배는 더 선다"고 귀띔했다.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호떡을 받아든 손님들은 노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뜨거운 날씨보다 더 뜨거운 호떡 인기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호떡 노점 앞에 호떡을 사기 위한 손님들이 줄을 서있다.2025.6.8

미국 조지아주에서 온 줄리아 씨는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보고 궁금해서 따라섰다"며 "단팥이 맛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단팥 호떡을 골랐는데 바삭하고 달콤해서 정말 맛있다.

충분히 줄 설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탄했다.

송파구에서 왔다는 배모(40) 씨는 "인터넷에 '남대문시장에 가면 꼭 가야 할 집'을 검색하니 이 호떡 노점이 가장 먼저 떠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마치 크로켓을 먹는 느낌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 호떡 인증샷 남겨야지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호떡 노점 앞에서 호떡을 산 한 손님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2025.6.8

'좌표' 찍고 찾아가는 노점들이 잇달아 부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소개된 후 입소문을 탄 이들 노점을 경험하기 위해 누리꾼들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 좌표를 찍고 달려간다.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뛰어들어가 구매)도 벌어지고 수십명씩 줄을 서기도 한다.

젊은층은 이런 핫한 노점을 찾아가는 것을 일상 속 '보물 찾기'처럼 여긴다.



'대학로 달고나' 부스 안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3번 출구 옆 '대학로 달고나' 부스 안은 달고나와 달고나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가득하다.2025.6.8

◇ 외국인도 줄 서는 호떡·달고나·혁필화·수세미… 같은 날 찾은 서울 대학로의 한 달고나 노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달고나를 납품한 곳으로 알려져 유명해진 곳이다.

오징어게임 방영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외신의 취재 요청도 이어지며 현재 하루 평균 100여명의 손님이 찾는다고 한다.

14년째 해당 노점을 운영해 온 안세환(42) 씨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쌍쌍바 달고나'다.

데이트하러 온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다"며 "쌍쌍바 달고나를 포함해 SNS에 올라온 우리 가게 달고나 영상들의 조회수를 다 합치면 약 3억뷰가 넘는단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고나를 만드는 것이 곧 문화를 지키는 일 같다"며 "이 달고나 노점을 지키는 게 저에겐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혁필화 할아버지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달 26일 오후 시청역 앞에서 '혁필화 할아버지' 이종욱(87) 씨가 혁필로 '대한국민'을 쓰고 있다.2025.6.8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인근에 가면 '혁필화 할아버지' 이종욱(87) 씨를 만날 수 있다.

가죽 붓으로 그리는 혁필화는 한자와 상징적인 그림을 어우러지게 그린 일종의 '글씨 그림'이다.

이씨의 혁필화는 지난 3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영상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651만회에 달한다.

과거 중앙극장의 간판을 그렸다는 이씨는 지난 45년간 혁필화 인생을 걸어왔다.

종로3가에서 노점을 하다가 지금은 시청역 근처에서 매일 낮 12시께부터 자리를 펴고 글씨를 새긴다.

지난달 26일 기자가 노점을 찾아 한자로 '대한국민'(大韓國民)을 의뢰하자 이씨는 "학은 장수와 번창을, 제비는 좋은 소식을, 봉오리가 맺혔던 꽃은 마침내 뜻을 이룬다는 걸 의미한다"며 완성된 그림에 담긴 뜻을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손님 진기산(28) 씨는 "SNS에 지인들이 올린 혁필화 사진을 보고 혁필화 할아버지를 한참 찾으러 다녔다"며 "일본인 친구에게 선물할 글씨와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 걸 '입춘대길' 글귀도 함께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진씨는 "단순히 글씨를 써주는 게 아니라 마치 공연을 보듯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라이브로 체험하는 느낌"이라며 "이런 노점은 충분히 일부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최근엔 독일이나 프랑스 청년들이 와서 혁필화를 그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애먹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 "웨이팅은 기본, 정성은 감동"…"행운이 따를 겁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께 찾은 서울 동대문의 유명 크레프(크레페) 노점은 일찌감치 재료 소진으로 판매가 종료된 상태였다.

같은 시각 노점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크레프 노점 상인 B씨는 "하루에 70개 정도만 만든다"며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보통 오후 2시 반이면 크레프가 다 팔려서 마감한다"고 말했다.

SNS에는 '크레페를 먹기 위해 오픈런을 했다' 등 경험담이 쏟아진다.

네이버 이용자 '삶***'은 "동대문 크레페는 '웨이팅은 기본, 정성은 감동'"이라며 "첫 번째 시도 때 실패하고 두 번째 도전에야 비로소 크레페 먹기에 성공했다"고 썼다.




[엑스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의정부는 부대찌개'라는 공식을 깨뜨린 '수세미'도 있다.

의정부역 인근에서 할머니가 직접 뜬 수세미를 판매하는 노점은 2023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오리, 너구리, 판다 등 각양각색의 캐릭터 수세미는 귀여운 외형뿐 아니라 촘촘한 마감과 실용성으로 주목받으며 의정부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단돈 2천원에 행운을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자리를 잡은 네잎클로버 노점 상인이 코팅된 네잎클로버 등을 팔고 있다.2025.6.8

서울 홍대 인근에서는 찾는 재미까지 더해진 노점도 있다.

단돈 2천원에 행운을 살 수 있는 '네잎클로버 노점'.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 가판대에서 시작된 노점이 원조라는 네잎클로버 노점은 이후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홍대입구역 주변 곳곳에서 비슷한 노점들을 낳았다.

이 노점들은 정해진 영업일이나 시간이 없어 우연히 마주치면 더 특별한 '행운'처럼 여겨진다.

기자는 한차례 실패 끝에 지난 1일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에서 네잎클로버 노점을 발견했다.

순식간에 손님을 끌어모은 이 노점에서 한 20대 중국인 관광객은 코팅된 네잎클로버 3장을 사갔다.

네이버 이용자 'cla***'는 "홍대에서 우연히 네잎클로버 노점을 만났다"며 "노점 주인아저씨가 '행운이 따를 겁니다'란 말까지 해주시니 기분이 좋았다.

진짜 행운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는 후기를 남겼다.

eugen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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