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딱하니 빚 탕감해주자’는 공약, 신중해야 하는 이유 [매경데스크]
정욱 기자(jung.wook@mk.co.kr)
입력 : 2025.06.02 11:29:23 I 수정 : 2025.06.02 11:36:52
입력 : 2025.06.02 11:29:23 I 수정 : 2025.06.02 11:36:52
역대 정부서 지원책 쏟아내며
부채 탕감 수준 꾸준히 높아져
선한 의도에도 결과는 부정적
대상·수준에 대한 합의 필요해
부채 탕감 수준 꾸준히 높아져
선한 의도에도 결과는 부정적
대상·수준에 대한 합의 필요해

금융권 인사들을 만날 때면 최근 가장 걱정되는 지표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1금융권, 2금융권을 불문하고 연체율이란 답변이 가장 많다. 작년 말 이 지면을 통해 연체율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전했던 상황 그대로다.
달라진 점이라면 연체율이 더 높아졌고, 이를 걱정하는 인사들의 말과 표정이 더 무거워졌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반년간 현상 유지에 주력했던 것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다.
연체율은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층, 지방경제 관련 지표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기준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1년 전에 비해 0.1%포인트 높아진 0.53%다. 중소기업(0.80%)과 자영업자(0.71%)가 각각 0.19%포인트, 0.17%포인트 오르며 평균을 끌어올렸다. 주담대를 비롯해 각종 대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풀렸던 유동성의 회수가 시작된 영향까지 더해진 결과다. 카드사의 신용거래나 카드론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지방은행,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은 기준에 따라 10년래, 20년래 최고치라는 설명들이 나온다.
눈길 가는 금융정책이 많지 않았던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돼 있다. 핵심은 탕감을 해주거나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겠다는 식이다.
역대 정부마다 다양한 서민금융 정책을 내놨다.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뀌고 담당하는 기관들이 생겼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전 정부 색채를 지우기 위해 무리한 통폐합이나 감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서민층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대부분 직전 정부보다 더 늘어난 혜택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실제로 최대 채무 탕감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대상과 금액 한도 등은 제각각이지만 노무현 정부(한마음금융 등) 30%, 이명박 정부(신용회복기금) 50%이던 것이 박근혜 정부(국민행복기금) 60%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선 100% 탕감도 나왔다.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소액취약채무자 전액면제가 등장했다. 더 확실한 취약계층 지원을 내세우겠다며 대상을 확대하거나 전액면제보다 더 강한 대책이 나올까 걱정스럽다.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서민 지원에도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가 어려운 때에 취약계층을 돕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사정이 딱하니 부채를 없애주자는 방식은 안 된다. 채무는 상환해야 한다는 기본까지 흔들릴 정도가 돼서는 곤란하다.
채무탕감은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은 물론 결과적으로 금융사들이 서민층에 대한 대출을 더 꺼리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선한 의도로 시작된 정책의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대표적인 사례다.
빚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다시 조일 필요가 있다.
‘영끌’이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재테크의 한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가 ‘영끌’에 나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최근 미·일의 국채금리 급등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업이 영끌에 나섰다면 실행 전에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개인과 가계의 빚을 파열음 없이 줄일 수 있도록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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