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 갈등 여파로 급락했던 홍콩 항셍지수가 최근 2만3000 선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국증시보다 저평가된 홍콩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며 항셍지수가 연내 2만5200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항셍지수는 미·중 관세전쟁으로 저점으로 추락했던 지난 4월 7일 이후 5월 말까지 17.46%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항셍지수는 올 3월 17일 2만4700 선을 넘어섰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4월 7일 1만9828.3까지 급락했다.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5월 30일 2만3289.77을 기록했다.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으로 상호관세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과 전기차 업종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4월 7일에서 5월 30일까지 제약·바이오 업종은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였다. CSPC제약그룹은 70.89% 급등했고, 우시앱텍(34.8%)과 우시바이오로직스(36.49%), 시노바이오파마슈티컬(33.23%) 등도 3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차 업종 역시 강세가 뚜렷하다. 리오토는 같은 기간 40.2% 올랐고, 지리자동차는 31.3%, BYD는 24.62% 상승했다. 전자기기와 전기차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샤오미도 이 기간 39.78% 올랐다.
최근 홍콩증시에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과 최대 제약사인 헝루이제약이 각각 상장하면서 전기차와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라는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이 밖에 글로벌 해운·물류 기업인 오리엔트오버시즈인터내셔널은 40.44%, 카지노와 호텔 사업을 영위하는 갤럭시엔터테인먼트그룹은 26.52% 뛰었다.
홍콩증시 상승의 수혜를 직접 받는 홍콩증권거래소는 33.27% 올랐다. 텐센트(14.42%), 알리바바(12.44%) 등 대표 기술주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 회복세에 동참했다.
항셍지수가 연내 2만5200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중국증시 연구원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2배인 항셍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이 연말까지 11배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증시보다 저평가가 심했던 홍콩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연구원은 "현재 중국 본토와 홍콩에 동시 상장된 종목들을 비교해 보면 홍콩 H주가 중국 A주보다 약 32%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저평가가 과도한 만큼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홍콩증시에 동시 상장된 155개 기업 중 A주보다 H주 가격이 더 높은 종목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BYD, CATL, 자오상은행, 우시앱텍 단 4개뿐이다. 특히 중국인수보험(61%), SMIC(54%), 화훙반도체(40%), 베이진(40%), 중국해양석유(35%) 등은 H주 대비 A주 가격 프리미엄이 과도하다고 지적됐다. 홍콩증시 재평가 이유로는 달러화 약세 기조, IPO시장 활력, 기술주 중심으로의 시장 질서 개편 등이 꼽힌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국채 입찰 부진으로 인해 홍콩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홍콩 IPO시장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CATL은 홍콩 IPO로 52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조달했으며, 헝루이제약은 12억7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를 거둬들였다.
또, 기존 홍콩증시를 이끌었던 금융·부동산주 대신 첨단 기술주 '테리픽10'이 부상하면서 시장 상승을 견인할 전망이다. 올해 주가가 141% 오르며 시가총액 50조원을 돌파한 팝마트 등 'MZ 소비주'도 홍콩증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