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지난 5월 29일(목)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2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일환으로 ‘트럼프 시대의 동북아 역학: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 모색’을 주제로 한 특별 세션이 진행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동아시아 국가들의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을 논의하는 전직 외교장관 라운드 테이블이다.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세션에서는 송민순 제34대 외교통상부장관, 김성환 제36대 외교통상부 장관, 윤병세 제37대 외교부 장관 등 전직 외교장관 세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트럼프 2기 시대에 예상되는 동북아 지역의 역학 변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손지애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에서는 한국 새 정부 탄생을 앞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변화할 국제 정세와 외교 안보 정책에 대비할 수 있는 해법 마련에 대한 집중적 토론이 진행됐다.



송민순 전 장관은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양당의 외교안보 공약에 대해 “기존 양당의 전략과는 달리 공통분모가 많았고, 어떤 결과가 있든 선거 이후에도 후보들이 제시한 어젠다가 지속 실현되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트럼프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한미FTA, WTO 등 다자적·양자적 협의를 무력화하는 파울 플레이(규칙 위반)”라고 분석하고 “관세를 무기로 여러 가지 이득을 챙기려는 미국의 전략이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다음 시대가 준비할 일에 대해 “바이든이 1, 트럼프가 2라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이 둘을 합친 1.5 정도의 무역·외교 정책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염두하고 외교안보 전략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김성환 전 장관은 “한국에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지정학적으로 미국, 중국 사이에서 어떤 기조를 취해야 하는지가 주어진 과제”라며 그다음 필요한 논의에서 최근 미국 지도부가 갖는 고민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현재 전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미국의 부채 이자가 국방비를 넘어서는 상황이 작년부터 발생했고, 이자 부담을 낮추면서 경제를 살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의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 “한미동맹은 북핵 대응을 위한 확장 억제력 강화에 주력하고, 현재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은 서두르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라며 이어서 일본 과의 관계 개선, 중국에 대한 실용적 접근 등을 주문했다.

윤병세 전 장관은 “최근 국내외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80년 만에 국제질서가 변하고 있다’, ‘충격과 공포의 시대가 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의 시대”라고 말하며 “동북아는 이런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트럼프 시대 동북아 정책과 역학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새정부 출범을 앞둔 대비에서 “외교적 위기와 난제들은 복합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온다”라며 “외교안보 전략에서 국제 연대와 자강이 핵심이며, 특히 정부 초기에 닥칠 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