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필요 없어요" 비트코인 2025 기념품숍에서 비트코인으로 기념품을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라스베이거스 이종화 기자
'비트코인 2025' 행사가 열린 2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리조트. 이곳 기념품숍, 카페, 바자회, 아트 갤러리에서는 모든 물건을 비트코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물 1병 가격은 3961사토시다. 1사토시는 1억분의 1 비트코인에 해당한다. 3961사토시는 한국 돈 약 6000원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구입해 결제를 위한 지갑으로 송금을 했다. 이 지갑의 테더를 비트코인으로 환전해 결제에 사용했다.
제시받은 QR코드를 찍고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송금한다는 버튼을 클릭하자 모든 결제가 끝났다. 1초면 충분했다. 송금 수수료는 '제로'였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해 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의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자는 2만7221사토시(약 4만832원), 행사 기념 티셔츠는 3만22672사토시(약 4만8400원)에 팔고 있었다.
아트 갤러리에서는 루이스 시마 작가가 그린 모자이크 작품 옆에 가격표 대신 QR코드가 붙어 있었다. QR코드를 스캔하자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 가격은 5899달러와 550만사토시 두 가지로 표시돼 있었다.
'비트코인 2025'는 가상자산 업계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행사다. 매일경제가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미디어 파트너'로 선정돼 참여했다.
90년 된 레스토랑 "비트코인 OK" 미술품 경매도 QR코드 찍으면 끝
美최대 POS社 코인결제 추가 신용카드보다 수수료도 절감
28일(현지시간) 행사에서 사용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는 블록의 판매시점정보관리(POS) 기기 브랜드인 스퀘어였다. 비트코인 2025를 시작으로 블록은 스퀘어의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스퀘어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해진 것은 의미가 크다. 스퀘어는 미국 POS 시장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마일스 수터 블록 비트코인 프로덕트 리더는 이날 "이미 1700개가 넘는 사업장은 스퀘어를 통해 매출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환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인 기업도 나타났다. 테슬라, 스페이스X 출신들이 창업한 지오십이다. 지오십은 돔 형태의 집을 블록으로 짓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모건 비에르솅크는 "비트코인으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인 제미나이 부스도 북적였다. 이 회사가 선보인 '더 비트코인 크레디트 카드'가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사드 아메드 제미나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헤드는 "신용카드를 쓰면 70개의 가상화폐 중 원하는 종류의 가상화폐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며 "적립률은 최대 4%에 달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결제는 행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기술'이 아니다. 이미 일상 속에 스며든 상태다.
실제로 레스토랑 체인인 스테이크앤셰이크는 지난 16일부터 모든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다. 이 기업은 1934년 설립돼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비트코인 결제를 받기로 했다. 댄 에드워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신용카드보다 비트코인 결제 속도가 더 빠르다"며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어 소비자와 기업에 모두 좋다"고 강조했다.